"불기둥 뿜었다" 개미들 환호…한 달 만에 30% 급등한 종목 [한경우의 케이스스터디]
"주도주 교체되나"…'깜짝 실적'에 약세장서 치솟은 테마
코스피 8.5% 하락하는 동안…현대로템·HD현대重 30%대↑
“스치기만 해도 치솟는다” 했는데…부진한 호실적주 절반이 AI
2분기 실적 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방위산업, 조선, 헬스케어 테마에 포함된 호실적 종목들의 주가가 약세장에서도 크게 올랐다. 반면 기존 주도주였던 인공지능(AI) 테마에 포함된 종목들 중에서는 ‘깜짝 실적’에도 주가가 부진한 종목들이 많았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의 평균으로 2분기 실적 컨센서스 형성된 상장사 275곳 중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15% 이상 웃돈 종목은 모두 49개다.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종목과 금융사는 제외했다.
해당 종목들의 이달 16일 종가를 증시가 고점을 찍은 지난달 11일과 비교하면 21개 종목이 상승했고, 28개 종목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6.71% 하락했다.
새로운 수출 주도 산업, 주식시장서도 주도주 떠오를까
약세장 속에서도 주가가 오른 종목이 가장 많은 테마는 방산과 조선이다. 방산은 현대로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한공우주·한화시스템, 조선은 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HD현대미포조선·삼성중공업 등 각각 4종목씩이다. SK바이오팜·휴젤·삼성바이오로직스가 포함된 헬스케어가 뒤를 이었다. 모두 수출 증가에 따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현대로템과 HD현대중공업은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이 각각 33.50%와 39.69%에 달했다.
현대로템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28억원으로, 컨센서스(805억원)를 40.01% 웃돌았다. 폴란드로의 K2전차 납품 정상화가 실적 개선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에 포함된 방산부문 수출 매출액은 3744억원, 영업이익률은 26.1%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통 전차 생산에 12개월 내외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에 폴란드에 납품할 96대의 생산이 이뤄져 분기별 매출과 이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2분기에 외주업체의 미상환 선수금을 대손처리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는데도 예상을 2배나 웃돈 성적표를 받았다. 2분기 영업이익은 1956억원으로, 컨센서스(933억원)보다 109.59% 많았다. HD현대그룹의 중간조선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도 영업이익이 컨센서스(2466억원)를 52.67% 웃돈 3764억원을, 삼성중공업은 컨센서스(927억원)를 41.06% 뛰어넘은 130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그동안 적자냐 흑자냐가 관심사였던 조선사들이 흑자 기조를 다져나가면서 체질 개선에 대한 기대감까지 나온다. 그동안 조선사는 이익이 많지 않아 기업가치 평가 시 신조선가나 해상운임 등의 지표를 바탕으로 평가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 손익 개선과 수주잔고 증가에 따른 실적 추정 가시성의 개선으로, 향후 조선사들의 가치 평가도 수익성에 기반한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 경우 조선사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시장 전체 혹은 다른 섹터와 비교하는 게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종목 중에서는 SK바이오팜의 주가 상승률이 31.51%로 가장 높았다. 2분기 영업이익은 250억원으로, 컨센서스(102억원)보다 155.9% 많았다. 기술 이전에 따른 계약금 유입 등과 같은 일회성 요인도 있었다. 신약 판매 확대로 이익이 가파르게 늘어날 구간에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뇌전증 치료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은 1052억원”이라며 “4~6%로 추정되는 원가율과 2분기 판관비가 99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익 레버리지 구간 도입부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스치기만 해도 치솟았는데”…호실적에도 부진한 종목 절반이 AI
이 기간 코스피지수보다 주가 상승률이 낮았음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종목 19개 중 9개 종목은 AI 관련주다. ‘AI 고점론’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실적이 양호했다는 의미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공격적인 AI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블랙 먼데이’를 만든 배경 중 하나였다.
우선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2분기 10조44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달 1일 집계된 컨센서스인 8조2488억원을 26.61% 웃돌았고, 잠정 실적 발표 직전 증권가 일각에서 예상했던 9조원도 훌쩍 뛰어 넘었다. 하지만 주가는 한 달여 동안 8.45% 하락했다.
반도체 장비주인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18.76%나 하락했다. 그러나 2분기 영업이익은 260억원으로, 컨센서스(262억원)보다 27.65% 많았다. 인쇄회로기판(PCB)를 만드는 대덕전자도 2분기 영업이익(109억원)이 컨센서스(73억원)를 48.86% 웃돌았지만, 주가는 10.82% 빠졌다.
전력인프라 테마에 속하는 LS일렉트릭, LS에코에너지,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도 10% 이상 하락했다. AI 컴퓨팅에 소요되는 전력은 일반 컴퓨팅의 3배 이상이라는 점 때문에 전력 인프라 관련 종목들도 AI 테마에 포함돼 있다.
특히 한국산 전력기기·전선은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받아 AI 시대를 앞두고 전력 인프라 재건에 나선 선진국에서 인기가 높다는 분석이다. 2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웃돈 비율은 LS일렉트릭이 26.67%, LS에코에너지가 75.88%, HD현대일렉트릭이 72.23%였다.
AI 기능 탑재로 판매량이 늘어날 전망인 애플의 아이폰에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과 비에이치도 기존 모델 판매 호조에 예상보다 좋은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LG이노텍은 12.04%, 비에이치는 15.66% 하락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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