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군 물자수송다리 파괴… 러 영토서 장기전 채비

김휘원 기자 2024. 8. 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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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군 속도 느려졌다” 주장
우크라군이 공개한 러시아 세임강 다리 파괴 영상 /BBC

열흘 넘게 러시아 본토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양국군이 각자 진지를 구축하며 사실상 장기전 채비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16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물자 공급용 다리를 파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북쪽으로 약 11㎞ 떨어진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글루시코보 마을 인근의 세임강에 위치한 이 다리는 러시아가 자국군에 무기와 장비를 공급하는 데 이용해 온 시설로 전해졌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쿠르스크 당국자를 인용해 이 다리 파괴로 인해 육로 대피로 일부가 차단되면서 민간인 대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본토 쪽으로 점령지를 1~3km정도 넓혔다고 주장 중이다. 쿠르스크의 점령지에 질서를 유지하고 주민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군 지휘통제소를 열었다고도 밝혔다.

로이터·AFP 등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1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일부 지역에서 1∼3㎞ 추가로 진격했다”며 “국경으로부터 약 13㎞ 떨어진 말라 로크냐 마을에서 벌어진 전투로 많은 포로를 생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저녁 연설에서 “러시아의 모든 진지에 최대한 피해를 줘야 하고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병참을 파괴하고 비축 물자를 고갈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14일 러시아 국경 인근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에 피라미드 모양의 방어시설인 '용치(龍齒)'와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는 작업자들. 탱크 등 전투용 차량의 진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로이터

한편 러시아는 쿠르스크 일대에 진지를 구축하고 전차 진입을 막기 위한 피라미드 모양의 뿔을 줄줄이 세우는 방어 시설 ‘용치(龍齒)’를 설치하는 등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주요 지점에 검문소가 설치되고 새로운 부대들이 이 지역으로 이동하는 등 “군사력이 증강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활동이 거의 멈췄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 속도는 다소 느려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속도가 느려진 가운데 일부 지점에서 계속 진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군에 대한 격퇴 실적을 강조하고 있다. 러 국방부는 아나스타시옙카에서 서쪽으로 1㎞, 카우츠크에서 남동쪽으로 1.5㎞ 거리의 본토 깊숙한 곳으로 진격하려는 적군을 저지하는 등 침투 시도를 계속 격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크림대교를 파괴하기 위해 발사한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12기를 격추했다고도 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병력 220명, 전차 4대,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발사기 3대 등을 잃었으며, 누적 병력 손실은 최대 2869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쿠르스크 외에도 러시아 벨고로드 등 다른 전선에서도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쿠르스크에 이어 비상사태가 선포된 벨고로드의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총 5개 마을 주민을 이주시키고 이 마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쿠르스크 마을의 레닌 동상이 우크라이나 군 공격으로 파괴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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