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서울은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도시인가?[오세훈 시장 2주년, 시민사회 릴레이 기고]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공인노무사 2024. 8. 17. 09: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6년 구의역 참사를 기억할 것이다. 19세 청년 노동자 김군이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역사에 진입한 열차에 치여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이 다름 아닌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관할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시민들은 위험의 외주화가 야기한 처참한 결과에 분노했으며, 그 분노는 서울시의 반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과 역할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서울시는 이 사건을 계기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산업안전팀 신설, 노동안전조사관 신설, 서울특별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 제정 등은 그 노력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김군과 함께 일했던 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서울시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의미 있는 정책 사례였다.

구의역 참사로부터 8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면, 지금 서울은 과연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2024년 서울시의 노동안전보건정책은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거꾸로 향하고 있다.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보다 우선시하는 정책 방향이 서울시 공공부문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서울시는 비용 절감을 위해 2026년까지 서울교통공사 직원 2212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서울의 지하철 교통 수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인력 감축은 필연적으로 위험의 외주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인력 감축이 계속 추진된다면, 구의역 참사와 같은 사건은 계속 발생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우려했던 일들이 최근에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6월에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작업하던 서울교통공사 노동자가, 7월에는 삼각지역에서 조명등을 설치하던 서울교통공사 용역업체 노동자가 감전으로 사망했다. 사고 당시의 정황들을 살펴보면, 이 사고들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인력 감축과 무관하지 않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책의 퇴행은 비단 공공부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민간부문에서 일하는 서울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에서도 퇴행의 흐름이 명확하게 확인되고 있다.

일하는 서울시민들의 노동안전보건 업무를 전담하던 산업안전팀은 더이상 서울시청 조직도에서 찾아볼 수 없다. 2024년 서울시 노동정책과의 안전보건 작업환경 조성 사업 예산은 5500만원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예산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치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수치가 2023년 5900만원에 비해 감소한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시는 수많은 시민이 매일 출퇴근하고 일하는 공간이다. 서울시가 앞장선다면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와 같이 서울시가 사실상 사용자라고 볼 수 있는 공공부문에서는 서울시의 정책이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보 시기였던 구의역 참사 6주기에 “안타까운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재해 없는 안전 도시 서울 만들겠습니다. 오세훈”이라는 메모를 직접 써서 구의역에 남긴 바 있다. 오 시장에게 지면을 빌려 간곡히 부탁한다. 이 약속을 제발 지켜달라고.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공인노무사>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