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전설 돌고래 스파이커 장윤창은 왜 피켓을 들었나?
한국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 '돌고래 스파이커' 장윤창(64) 경기대학교 체육학과 교수가 펜이 아닌 피켓을 들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손자뻘 되는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서다. 최근 송산고 배구부 해체가 결정됐는데 이를 되돌려보고자 시위에 나선 것이다.
장윤창 교수는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 송산중학교에 등장했다. 장윤창 교수를 비롯해 박용규 경기도배구협회장, 김종수 화성시배구협회장, 화성시의회 의원 등 배구계, 관계부처 인사들이 모여 '송산고 배구부 해체 철회를 위한 피켓 시위'를 했다. 이 자리에는 송산중·고 배구 선수들도 참석해서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송산고는 지난 2일 배구부 학부모 간담회를 열어 내년부터 배구부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재학생들에게는 전학을 권유했다.
시위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15일 시위 현장에서 결의문을 통해 "송산고의 배구부 해체 결정으로 남양초-송산중-송산고-화성시청 배구단으로 이어졌던 배구부 연계 육성 체계가 한순간에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배구 인재 육성 방향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창단된 송산고 배구부는 황택의(2016-2017 시즌)와 홍동선(2021-2022 시즌)등 남자 프로배구 신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1순위로 꼽힐 수준의 선수들을 배출해오며 이름을 알려왔다. 15일 결의문에서 밝힌 것처럼 지역 내에서 초-중-고 배구부의 연계 시스템이 구축되어있고 학교 배구부 연계가 실업팀, 나아가 프로 데뷔까지 이어져 배구 선수 꿈을 키우는 학생 선수들에겐 선호하는 학교로 꼽혀왔다. 이 학교 출신이 아님에도 돌고래 스파이커, 장윤창 교수가 발 벗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창단 당시 화성시와 시·도 교육청에서 학교 측에 재정적인 지원도 해주면서 배구부 선수 전용 체육관과 숙소도 문제없이 제공된 상태였다. 현재로썬 재정적인 어려움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송산고가 보는 배구부의 모습은 외부의 시선과는 조금 다르다. 송산고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배구부의 좋은 시절은 잠시뿐이었다고 강조했다. 학교 측은 알려진 것과 달리 배구부는 그동안 극심한 갈등과 문제점이 분출되어왔다고 주장한다. 배구부 학생들의 폭력, 감독과 일부 학교 관리자의 불법 찬조금 모금 적발 등을 예시로 들었다. 그리고 해체의 가장 큰 이유는 비평준화 일반고의 엘리트 체육 운동부 운영의 한계에 있다고 꼬집었다.
학교 운동부는 무엇보다 대회 성적이 잘 나와야 하는 만큼 감독이 선수 선발과 훈련, 생활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제왕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고 학교 역시 감독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감독을 관리할 수 없는 학교,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는 학부모들로부터 각종 민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학교 엘리트 체육의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가 결국은 학교 운동부가 학교의 관리가 아닌 감독 통제로 이뤄지는 상황에 있는데 교육청이 이렇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놓은 모순에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엘리트 체육을 학교 체육 시스템 제도 아래에 둔 제도적 모순이 학교 운동부 운영의 어려움으로 연결됐고 결국 해체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오른 저출생 문제가 스포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특히 단체 종목이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선수 구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교 운동부가 많아졌고 학교 운동부 해체가 줄줄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배구에서는 2013년 창단된 원곡고 여자배구부가 10년도 채우지 못하고 2019년 해체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주 폐막한 2024 파리 하계올림픽대회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2008베이징, 2012런던대회에 이어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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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미 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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