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우여 "한동훈·이준석 신드롬은 변화에 대한 갈망…앙시앙레짐 폐기"
[편집자주] 보수의 위기다. 한국을 대표하는 보수정당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세 차례 연속 패했다. 일각에선 "보수가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양 날개로 나는 새처럼 정치도 한쪽 진영이 무너지면 건강할 수 없다. 한동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보수의 재건을 위해 어떠한 핵심 가치를 새롭게 내세워야 할까.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본인의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황 전 위원장은 지난 4월29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지명돼 한동훈 대표가 당선되던 지난달 23일까지 약 석 달간 국민의힘을 이끌었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이다.
황 전 위원장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변혁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보수 세력 내에서 나타난 한동훈·이준석 신드롬은 변화에 대한 갈망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 전 위원장은 "두분(이준석·한동훈) 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느냐에 대한 얘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이번에 나타난 한동훈 신드롬은 (예전) 이준석 신드롬에 연결되는 것 같다"며 "'변화'란 말 자체에 대해 국민들이 절대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 위원장은 한 대표를 향해 "정치적인 상황이 개인적으로 (차원에서) 벌어진다고 보지 말고 시대의 목소리라고 봐야 한다. 아직은 희미하고 막연한 게 많다"면서도 "국민이 요구한 것 하는 게 정치다. 그 정신만 가지면 그러한 데 맞추면 성공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황 전 위원장은 "유럽에서 페스트(흑사병)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이 고난이 끝나면 다시 안정적인 중세가 올 줄 알았지만 앙시앙레짐이 무너지고 근대가 열렸다"며 "우리도 팬데믹 이후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크다. 변혁 정도가 아니라 대전환, 현대를 초현대가 밀어나는 새로운 시대가 온다"고 밝혔다.
황 전 위원장은 대변혁의 시대에 보수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전 위원장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보수의 진보'를 내세웠다. 보수가 그냥 정체된 보수가 아니라 그야말로 진보의 정신으로 앞으로 전진해 나간다는 의미"라며 "의료보험제도를 봐도, 공산주의에서도 못하고 사회주의에서도 못한 걸 우리가 이뤄낸 것이다"고 했다.
황 전 위원장은 "현재 보수 사상은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혁명(독립전쟁)에서 나온 것이다"라며 "새로운 자유의 개념, 새로운 공화의 개념, 새로운 민주의 개념을 가정·종교·국가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황 전 위원장은 보수의 변화가 '기본을 지키는 것'이 돼야 한다고 했다. 황 전 위원장은 "원칙이 있고 예외가 있고, 기본이 있고 변화가 있는데 우리는 예외나 변화는 아니다"라며 "내부의 혁신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을 놓치는 혁신과 변화가 아니어야 한다"고 밝혔다.
황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도 '경제적 번영은 자유의 확대다'라고 했다. 보수의 가치를 윤석열정부는 자유로 개념화한 것이고 (이는) 보수의 핵심을 잡은 것"이라며 "당정대(여당, 정부, 대통령실)가 (각각 생각하는) 방법이나 내용이 다른 게 있을 때는 (서로) 공격과 방어가 가능하지만 자유라는 개념, 보수라는 개념에서는 일치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전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을 보수가 가서는 안 되는 길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황 전 위원장은 "25만원을 돈 문제로 생각하면 안 된다. (보수와 진보가) 철학과 입장이 다른 것"이라며 "보수는 기본적으로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준다는 생각이다. 그것만으로 어렵다면 내 것을 나눠준다는 게 보수의 입장이다"고 했다.
황 전 위원장은 "단 우리도 시급성을 외면하면 안 된다. 포퓰리즘을 이길 수 있는 정책이 없다는 말도 있지 않나"라며 "나는 높은 이자 얘기를 계속해서 했다. 일시적으로 돈을 뿌리는 것보다 (어려운 사람이) 다음달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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