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도 놀란 AI 박명수의 비비 '밤양갱' 커버, 저작권은 어디에?

[AI 미디어 파도] 생성형 AI 저작권 제도 미비 한국… 미국은 가수·배우 권리 강화
할리우드 노조, 생성형 AI 음성 계약 체결… "생성형 AI 윤리적 사용기준 마련"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생성형AI로 방송인 박명수씨 목소리를 학습해 가수 비비의 '밤양갱' 노래를 부르게 한 유튜브 콘텐츠.

“저도 들어봤어요. 전 그 노래(비비의 '밤양갱')를 부른 적이 없어요.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우리 연예인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난 3월 방송인 박명수씨는 KBS 라디오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생성형 AI가 박씨 목소리를 학습해 만든 가수 비비의 '밤양갱' 노래를 들어봤다며 우려를 표했다. 생성형AI 기술력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생성형AI 저작권 제도는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생성형AI로 만든 유명인 목소리의 저작권은 누구의 것인지 법적으로 정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선 생성형 AI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수·배우 등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 노동조합은 디지털 음성 라이선스 플랫폼 내러티브(Narrativ)와 AI 음성 계약을 체결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AI로 제작된 자신들의 목소리를 광고주에게 판매할 수 있는 판로가 열린 것이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할리우드 배우 노동조합(SAG-AFTRA)은 14일 내러티브와 계약을 맺고 AI 제작 음성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에 따르면 광고주는 AI 제작 목소리를 활용하는 제품·서비스를 사전에 공개해야 하고, 배우는 목소리 가격을 직접 정할 수 있다. 할리우드 배우 노동조합은 이번 계약에 대해 “이번 계약을 통해 AI 제작 음성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배우들은 AI로 자신들의 모습이 도용당하는 것이 일반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배우들은 AI 기술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통제권을 보장받았다”고 했다. 포브스는 지난 14일 보도에서 “할리우드 배우와 관련된 AI 기술은 수년 동안 논쟁의 대상이 됐다. AI는 지난해 할리우드 배우 노동조합과 미국작가조합 파업의 가장 큰 쟁점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생성형 AI로 만든 유명인 관련 콘텐츠 제도 정비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 1일 본인 동의 없이 AI로 음성·얼굴을 재현하고 유포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을 발의했다. 공화당·민주당 모두 이 법안에 초당적 합의를 했다. 법안에 따르면 당사자 동의 없이 AI 복제물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없으며, 관련 콘텐츠가 유통될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삭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음악 콘텐츠 기업 유니버설뮤직그룹은 최근 메타와 음악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AI로 가수 목소리를 구현한 음악 유통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메타와 유니버설뮤직그룹은 “아티스트와 작곡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단 AI 생성 콘텐츠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협력하겠다”고 했다. 미국 성우들은 최근 자신들의 목소리가 AI 프로그램에 무단으로 시용됐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튜브에 있는 AI커버 콘텐츠 영상 갈무리. 생성형 AI로 만든 프레디 머큐리, 박명수, 임재범, 박진영 목소리가 다른 가수들 노래를 부르는 콘텐츠다.

한국에선 AI와 관련된 저작권 제도 정비가 완료되지 않았다. 최근 유튜브 등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해 유명 가수들의 목소리를 복제하는 'AI 커버'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가수 임재범 목소리를 AI로 구현해 가수 아이유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해당 콘텐츠에 대한 수익 창출이 이뤄지지 않아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지만, 수익창출 시도가 있을 경우 저작권법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지난 2월 <생성형 AI를 둘러싼 최근 저작권 분쟁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생성형 AI에 대한)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생성형 AI 개발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그 문제에 맞닥뜨릴 날이 머지않았다”며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AI 저작권과 관련된 워킹그룹을 가동했다. 문체부는 지난 2월 생성형AI의 저작권 침해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올해 말까지 AI 저작권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