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뚫는 '이 기업', 초미세 소재로 AI반도체 시장 공략 [빛이나는비즈]
“N사 이어 GPU 3사 모두 고객사로 확보 목표”
디스플레이 소재는 발광·비발광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확대
'공급 과잉' 배터리 동박 시장 극복 사활
동박(銅箔)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안팎의 얇은 구리 포일로 전기차용 2차전지 핵심 소재로 주목받아왔다. 그랬던 동박이 올해 들어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들어가는 주요 소재 중 하나로도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북미 고객사 수주를 따내는 등 국내 동박 업계의 첨단 반도체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솔루스첨단소재(336370)는 지난달 북미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의 차세대 AI가속기용 동박 양산에 돌입했다. 국내 기업 중 AI가속기용 동박의 승인을 얻어 양산까지 연결된 사례는 솔루스첨단소재가 처음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북미 GPU 기업 ‘N사’로부터 최종 양산 승인을 받아 동박적층판(CCL) 제조사인 두산 전자BG(비즈니스 그룹)에 자사 하이엔드 동박인 ‘초극저조도(HVLP) 동박’을 공급하게 됐다. 두산과 N사의 엄격한 성능 평가를 거쳐 세계 최고의 저조도 동박 제조 기술력을 인증 받은 결과다.
동박은 두께가 얇으면 얇을수록 제품 경량화·고용량화에 유리하다. 두께가 얇은 만큼 무게가 줄어드는 만큼 얇은 동박을 적용할수록 가볍고 성능 좋은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HVLP 동박은 전자제품의 신호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표면 거칠기(조도)를 0.6마이크로미터(μm) 이하로 낮춘 하이엔드 동박이다. 신호 저손실 특성으로 인해 AI가속기 뿐만 아니라 5세대(5G) 통신장비, 고효율 신호전송용 네트워크 기판소재 등에도 활용된다.
솔루스첨단소재 측은 이번 수주에 대해 안정적이면서 성장성이 높은 수요처를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회사 측은 “통상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쳐 수년에 걸쳐 소재를 선정하고, 공급망에 진입한 업체와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력을 발판으로 북미 GPU 3사 모두를 대상으로 동박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디스플레이 소재 또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입어 신(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발광소재인 △HBL △ETL △정공수송층(HTL, Hole Transporting Layer) △보호층(CPL, Capping layer) △녹색 인광 호스트를 비롯해 비발광소재인 △충전재(Filler) △박막봉지(TFE, Thin Film Encapsulation) 등으로 발광과 비발광을 아우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소재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HBL은 OLED의 발광을 위해 전류가 이동하는 공통층으로 10년 이상 쌓아온 개발 및 제조 노하우를 활용해 효율 및 수명을 향상시키는 주요 소재다. 마찬가지로 공통층인 ETL에는 소비 전력 저감 기술 등이 적용된다. 녹색 인광 호스트는 OLED의 빛을 내는 발광층 핵심 재료 중 하나로 솔루스첨단소재는 장수명·고효율 제품을 개발, 양산을 준비 중이다. 신규 소재인 녹색 인광 호스트를 통해 기존 공통층에서 시장 규모가 큰 발광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을 강화해 배터리 소재 시장의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것이 솔루스첨단소재 측 구상이다. 솔루스첨단소재와 SKC는 전기차 시장 업황 악화로 인해 올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솔루스첨단소재의 매출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4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 증가했다. 영업손실 또한 105억 원으로 같은 기간 133억 원 개선됐다.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전방 수요 불안, 중국발 과잉공급으로 인해 수익성이 좋지 않은 실정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초과 공급 규모는 올해 2만톤, 2025년 11만톤, 2026년 8만톤, 2027년 6만톤에 달한다. 중국 동박업체들의 과잉 투자가 국내 업계의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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