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식품폭리 금지법' 공약…트럼프 "소련식 사회주의" 맹비난
식품 폭리 금지 포함…트럼프 "베네수엘라 마두로 따라가는중"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직을 내려놓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물가안정을 기치로 한 민생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에는 식품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한 업계의 폭리 금지법을 공약했고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소련식 사회주의라고 맹비난했다.
로이터·AFP 통신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격전지 노스캐롤라이나주(州) 롤리를 찾아 대선후보 교체 이후 첫 경제 공약으로 취임 100일 구상을 공개했다. 여기엔 식품업계 폭리 금지, 자녀 세액 공제 확대, 생애 첫 주택 자금 지원, 의료부채 탕감 등이 포함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이같은 정책을 '기회 경제(opportunity economy)'라고 부르며 "중산층이 강해야 미국이 강하다고 굳게 믿는다. 중산층을 구축하는 게 대통령이 되려는 가장 결정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척도로 보더라도 우리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강하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아직 일상생활에선 그러한 진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 원인으로 일부 기업의 횡포를 꼽았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경제에 기여하며 규칙을 준수하고 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다"며 "이는 옳지 않다. 그런 경우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식품 회사들이 부당하게 가격을 인상하는 것 막는 바가지 근절 법안을 연방정부 최초로 의회에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바가지 근절 법안이 정확히 무엇인지 해리스 부통령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해리스 캠프 관계자는 로이터에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가격 폭리를 취하는 식품 기업을 제재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고 부연했다. 그간 FTC가 경쟁 저해 행위를 단속해 온 만큼 식품 기업들의 독과점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이 가격 폭리인지에 대해선 캠프 측도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한 아이를 출산한 이후 1년 동안 가구당 6000달러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확대하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2만5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주택 건설업자를 상대로 한 세제 혜택을 늘려 4년간 주택 300만호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자신과의 첫 번째 합동유세에서 내놓았던 의약품 10종 가격을 최대 79%까지 인하한 의료 정책을 상기하며, 자신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연방정부 자금으로 의료부채를 탕감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처럼 자신의 첫 번째 경제 공약으로 물가 안정 대책을 망라한 건 그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풀린 유동성과 경제 활황으로 이어진 고물가로 임기 내내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각종 보조금에 정부의 가격 통제까지 거론되자 일각에선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재정 문제를 다루는 미국 싱크탱크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을 실행하려면 10년간 1조7000억달러(약 2302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정책이 시장 원칙에 위배된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의 좌파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언급하며 해리스 부통령이 "마두로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베네수엘라나 소련에서나 나올 법한 계획"이라고 혹평했다. 트럼프 캠프의 경제 고문인 케빈 헤셋과 스티븐 무어는 이날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주택 보조금 정책은 되레 주택 가격 급등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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