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내 韓파병” 긴급 명령 하룻만에 美 텍사스서 800명 전개…‘적에겐 악몽의 시간’

정충신 기자 2024. 8. 1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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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전시증원연습(RSOI)…‘태평양 불굴의 용기’ 작전 개시
美 육군 제1기갑여단전투단…한반도 전쟁 발발 상황 대비
한미연합 실사격 기동훈련…미 1기갑사단 1기갑여단전투단
육군1기갑여단 진격대대와 한반도 전개 준비태세 훈련
120㎜ 박격포·아파치 헬기 6대 투입…K200A1·브래들리 장갑차 동시 출격
14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한미 장병들이 장갑차에서 내려 적 참호와 벙커를 확보하고 무력화하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 육군은 제1기갑여단 진격대대와 미 본토 텍사스에서 온 미1기갑사단 썬더볼트 대대가 9~14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한미연합 소부대 실사격 기동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한미 장병들이 장갑차에서 하차 후 적 참호 및 벙커를 확보 · 무력화 하기 위해 공격하는 모습. 육군 제공

"열흘 내로 한국에 약 800명을 파병하라."

지난달 말,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에 있던 미 육군 제1기갑사단 제1기갑여단전투단에 갑작스러운 명령이 떨어졌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한 것을 가정하고 즉각 병력을 소집하고 장비를 점검한 후 파병을 실행하라는 명령이었다.

내주 한미연합연습 을지자유의방패(UFS)를 앞두고 한반도 미군 파병훈련인 한미전시증원연습(RSOI)이 개시됐다. 한반도 전시(戰時)를 가정하고 한국 방어를 위해 신속히 병력을 파병하는 ‘태평양 불굴의 용기(Operation Pacific Fortitude)’ 작전 훈련이 불시에 시작된 것이다.

15일 미국의 군사전문 신문 성조지(The Stars and Stripes) 보도에 따르면 미 육군의 대비태세를 책임지는 육군 전력사령부는 6개월 전 한국군과의 연합훈련 계획을 공지했다. 다만 미 육군 중 어느 부대가 언제 참여하게 될 것인지, 훈련 일자가 언제인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비밀에 부쳤다.

미 브래들리 장갑차가 목표물을 향해 실사격을 하고 있다.육군 제공

미 8군 육군 기획국장인 드니스 리틀 대령과 작전기획관 카티 루이더 대위는 성조지에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미 육군 전력사령부와 평택 캠프험프리스의 미8군에서도 일부만 ‘태평양 불굴의 용기‘ 작전이 전개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것도 일부 사항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진짜 전시와 같은 훈련을 위해 사전 공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열흘’ 기간이 주어졌지만 실제 파병은 훨씬 신속히 이뤄졌다. 명령 직후인 이달 1일 기갑여단전투단 인원 대부분이 개인화기를 갖추고 군용기와 민간항공기 등을 이용해 한국에 도착했다. 그렇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M1A2 에이브럼스 탱크와 M109 팔라딘 자주포까지 한국에 가져올 시간은 되지 않았다. 이들은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대구 인근에 배치돼 있던 탱크와 자주포를 징발했다.

대구 부근에서 탱크와 자주포 훈련을 마친 후에는 장비를 기차에 실었다. 북한과 가까운 경기도 포천의 로드리게스 훈련장으로 이동시켜 실사격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9~14일 포천 승진훈련장에서는 한국 육군 제1기갑여단 진격대대와 미 1기갑사단 ‘선더볼트’ 대대가 함께 하는 한미 연합 소부대 실사격 기동훈련도 이뤄졌다.

루이더 대위는 "(무슨 일이 일어나면)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이런 연습을 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탱크’에 대항할 ‘탱크’를 미리 한국에 배치해 놓으면, 유사시 신속히 병력을 파병해 초기 대응을 마친 뒤 북진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번 훈련은 우리뿐만 아니라 미군에게도 실전 같은 환경에서 병력과 장비를 전개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 카를로스 마르티네즈 중사는 "시차에는 금방 적응했는데, 건조한 사막 같은 텍사스와는 다르게 한국의 여름은 매우 습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훈련장 지형과 구조가 훌륭하고, 무엇보다 한국군이 많은 도움을 준 덕분에 좋은 훈련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미연합으로 호흡을 맞추는 UFS 연습의 첫 포문을 여는 날인 만큼 장병들은 고도의 집중력으로 실전 같은 훈련에 임했다. 육군 ‘2024 을지 자유의 방패/타이거(UFS/TIGER)’ 훈련의 첫 주자로 나선 육군1기갑여단 진격대대와 미 1기갑사단 1기갑여단전투단 선더볼트대대가 함께한 훈련 현장은 열기로 뜨거웠다.

한미 장병들이 장갑차에서 하차 후 적 참호 및 벙커를 확보 · 무력화 하기 위해 공격하고 있다. 육군 제공

2024 UFS/TIGER 훈련의 본격적인 막이 열린 이날 육군1기갑여단 진격대대 기계화보병소대는 미 1기갑사단 1기갑여단전투단 선더볼트대대 기계화보병중대와 힘을 합쳤다. 이들은 한반도 유사시 미 본토에 주둔 중인 병력을 한반도에 신속히 전개하기 위한 ‘미 본토 병력 한반도 전개 준비태세 훈련(DRE·Deployment Readiness Exercise)’ 차원에서 훈련을 준비해 왔다.

특히 육군은 K200A1 장갑차를 주력으로 하는 우리 기계화보병소대와 브래들리 장갑차가 주축인 미 기계화보병소대 1개 분대를 교차편성(편조·특정임무 또는 과업 달성을 위해 서로 다른 부대를 한시적으로 특수하게 하나의 부대로 구성하는 것)해 상호운용성 강화와 양국 소부대 지휘관(자)들의 연합 지휘능력 향상을 꾀했다.

훈련은 △120㎜ 박격포 제압사격 △집결지 점령 및 미군 아파치 헬기의 공중지원에 의한 적 기갑부대 격멸 △K200A1 장갑차와 브래들리 장갑차의 화력지원 △연막 차장하 복합장애물지대 극복 △하차 보병 전개 및 적 참호·벙커 격파 등의 순서로 강도 높게 진행됐다.

먼저 미군 박격포가 적 기갑부대로 설정된 표적을 향해 포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 공중에서 아파치 헬기 6대가 잇달아 등장해 2.75인치 로켓포와 30㎜ 기관포를 쏘며 지원에 나섰다.

다음은 지상전력의 차례. 훈련장 초입에서 뜨거운 열기를 뱉어내면서 기동명령만을 기다리던 K200A1·브래들리 장갑차가 마침내 힘찬 엔진음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사격과 함께 연막 차장을 터뜨리면서 장애물지대를 극복한 한미 연합 전력은 장갑차에서 하차한 병력들이 적 시설을 점령하는 상황을 마지막으로 모든 상황을 마무리했다.

이번 훈련은 다양한 상황에서 신속한 기동과 정확한 사격으로 적을 무력화하고 목표물을 확보하는 소부대 연합전투 수행방법을 숙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훈련이 끝난 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이 직접 장병들과 만나 격려하는 특별한 시간도 마련됐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눠 든 한미 장병들은 K200A1과 브래들리 장갑차를 배경으로 다 함께 "파이팅!"을 외치면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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