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트럭 짐 칸에도 삶은 계속된다

조인원 기자 2024. 8. 1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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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영월동강국제사진제의 라틴아메리카 사진들을 보고
멕시코 사진가 알레한드로 카르타헤나의 ‘카풀하는 사람들(CarPoolers)’은 소형트럭 짐칸에서 앉거나 누워서 일터로 가고 있다./동강국제사진제

올여름도 땀으로 목욕을 한다. 2016년 여름도 올해만큼 더웠지만, 벤자민 킨의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서 끔찍했던 8월을 버텼다. 부와 빈곤, 원주민과 이주민, 대립과 차별이 반복된 남미의 역사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강원도 영월에서 열리고 있는 올해 동강국제사진제의 국제주제전이 라틴아메리카의 사진들이다. 8년 전 여름을 생각하며 더위가 절정인 시간에 전시장을 찾았다. 칠레, 멕시코 등 7개국의 사진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8월 땡볕에도 휴가로 온 가족들이나 연인, 동호회 회원 등 관람객들이 영월을 찾아 전시된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알레한드로 카르타헤나의 ‘카풀하는 사람들(CarPoolers)’ /동강국제사진제

전시장을 들어서면 트럭 짐칸에 탄 사람들의 연작 사진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멕시코 사진가 알레한드로 카르타헤나의 ‘카풀하는 사람들(CarPoolers)’은 소형트럭 짐칸에서 앉거나 누워서 일터나 어딘가로 가고 있다. 지붕이 없는 소형트럭의 적재함이라 공구며 물건, 동물들도 사람과 함께 보인다. 좁은 짐칸에서 짐짝 취급을 받아도 저마다 모습은 다채롭다. 다른 이의 차를 얻어타고 일터로 향하는 이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다. 멕시코 대도시는 급격한 산업화로 몰려든 이주민들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렇게 카풀을 하면서 출근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사진가는 육교 위에서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르셀로 브로스키는 1960년대 각 나라마다 발생한 사회 운동 사진들을 골라서 메모와 컬러를 입혀 작업했다. /동강국제사진제

아르헨티나의 마르셀로 브로스키는 1960년대 각 나라마다 발생한 사회 운동, 집회들의 상징적인 사진들을 골라서 흑백사진에 색상을 입히고 사진마다 설명과 메모를 여백에 추가해서 미술 작품처럼 전시했다. AP통신 사진기자였던 김천길이 촬영한 1964년 6월 3일 한일협상 반대 시위 등 우리나라 사진들도 몇 장 있었다. 작가가 임의대로 흑백을 컬러로 덧칠한 것이라 시각적으로 돋보였고, 사진마다 의미를 다시 새기게 돼 알던 역사도 되짚어 생각하게 됐다.

파올로 가스파리니는 1960년대초 남미와 유럽문화가 공존하던 쿠바 도시의 거리를 강렬한 흑백으로 담았다. /동강국제사진제
알레한드로 카르타헤나의 ‘카풀하는 사람들(CarPoolers)’ /동강국제사진제

베네수엘라의 파올로 가스파리니가 1960년대 초 쿠바에서 찍은 사진들은 유럽과 미국문화가 공존하던 당시 남미 도시의 모습들을 강렬한 흑백사진들로 담았다. 파블로 오르티스 모나스테리오는 1400만명의 인구 과밀 도시 멕시코시티를 기록했다.

그 외 칠레의 클라우디아 휴이도브로, 브라질 카이오 라이저비츠, 과테말라 루이스 곤잘레스 팔마 등의 사진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개념미술 형식으로도 다채로운 라틴아메리카 사진들의 다양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 김중만 사진가의 '뚝방길 시리즈' 사진들중 가장 첫 사진. 서울 중랑천을 4년간 보던 사진가는 이 사진을 찍은 후 10년 동안 작업을 이어갔다. /동강국제사진제

올해 ‘강원특별자치도 사진가’는 고 김중만 사진가였다. 사진을 모르는 사람들도 아는 사진가가 김중만이다. 그만큼 생전에 TV에도 자주 나오고 사진가가 찍었던 화려한 인물사진들도 당대에 유명했다. 아프리카나 오지를 다녀와서 찍은 사진들도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동강사진전에는 김중만이 필름으로 찍은 나무사진들이 전시되고 있다.

고 김중만 사진가의 '뚝방길 시리즈' /동강국제사진제

한지에 프린트한 흑백의 나뭇가지는 먹으로 그려진 수묵화처럼 아름다웠다. 새가 떠난 순간 남은 나뭇가지의 표정, 가지에 녹아가는 잔설들, 나뭇잎을 품에 앉은 가지의 형상 등은 우리가 늘 보던 나무였다. 사진의 질감을 단순화한 대신 구성에 집중해서 나무줄기의 일부만 정교하게 배치했다. 사진을 수 십 년 찍어도 구도에 대한 정교한 노력이 없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들이 나오지 않는다. 사진가는 나무 하나를 수천 장 넘게 찍고 고민했을 것이다.

김중만의 ‘뚝방길 시리즈’는 생전에 사진가가 서울 중랑천 뚝방길을 출퇴근길에 다니면서 4년간 두고 보다가 2008년부터 10년간 촬영했다. 개천 변 나무들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상처 받고 소외된 돌보지 않은 것들에도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전시는 9월 29일까지.

고 김중만 사진가의 '뚝방길 시리즈' /동강국제사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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