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옷, 피부 노출 많은 여름…외부 물질 접촉주의보 [ESC]

한겨레 2024. 8. 17. 07: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강접촉 피부염
화학물질, 비누, 세제 등 자극성
금속, 식물, 화장품 등 알레르기성
만성·합병증 안되도록 치료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여름은 피부 건강을 지키기 힘든 계절이다. 노출이 많은 데다가 강한 햇빛으로 화상을 입기도 하며 피부가 검어지기 일쑤다. 게다가 모기 등 여러 벌레에 물려 그 후유증으로 피부 염증이 생겨 고통을 겪기도 한다. 한여름 피부를 괴롭히는 데 빠지지 않는 질환으로는 접촉 피부염도 있다. 이 질환은 말 그대로 피부가 자극적이거나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외부 물질에 닿아 생기는 피부염이다.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이 다르듯 사람마다 접촉 피부염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은 다를 수 있다. 황산 같은 위험 물질부터 흔히 접할 수 있는 식물, 화장품, 합성수지, 각종 금속 등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반점 생기고, 붓고, 물집, 진물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사평가원) 통계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접촉 피부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한해 약 580만명에 이른다.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1명 넘게 1년에 한번씩은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을 정도로 흔하다. 최근 환자 수 추이를 보면, 2019년 접촉 피부염으로 약 621만명이 병원을 찾은 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병원을 덜 찾아 560만명까지 감소했지만 2023년 570만명으로 다시 늘고 있는 추세다. 성별로는 여성이 58%를 차지해, 아무래도 피부 문제에 더 민감해 병원을 더 많이 찾은 것으로 보인다. 나이대별로는 9살 이하부터 80살 이상까지 환자들이 고루 분포했다. 2023년 기준 60대가 약 97만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50대가 94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월별 환자 수 분포를 보면 겨울철인 12~2월에는 60만명에 그치지만, 7~9월엔 한달 평균 86만명에 이른다. 특히 8월에는 절정을 이뤄 약 91만명이 병원을 찾았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피부 노출이 많은 옷을 입다 보니 접촉 피부염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에 닿을 기회가 많아진 탓으로 보인다.

접촉 피부염은 염증의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극성 접촉 피부염과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이다. 자극성은 화학물질, 독소를 비롯해 평소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식물이나 화장품, 각종 금속 등 자극을 일으키는 물질에 닿았을 때 생긴다. 물질이 닿은 부위에만 붉은 반점 등과 같은 증상이 생긴다. 손이나 얼굴, 몸통이나 다리 등 신체 어느 부위에서나 생길 수 있다. 반점이 생긴 자리가 종종 붓기도 한다. 또 물집이 잡히거나 물집이 터져 진물이 흐르기도 한다. 물집이 잡힌 자리에는 피부 색깔이 변하는 후유증이 남을 수 있고, 흉터가 생겨 피부를 망치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은 처음으로 특정 원인 물질에 접촉했을 때에는 증상이 없지만 이후 다시 접촉했을 때 증상이 나타난다. 자극성 접촉 피부염의 경우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지만, 알레르기성의 경우 최소 2~3일은 지난 뒤 가려움증, 반점 등의 증상이 생긴다. 우리 몸의 면역 반응으로 증상이 생기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또 접촉성과 다르게 접촉 부위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퍼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자극성 접촉 피부염을 일으키는 물질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우리 주변에 흔한 비누나 표백제, 세제 등과 같은 알칼리성 또는 산성 물질을 들 수 있다. 황산이나 염산 등과 같은 물질을 취급하는 경우 이들 물질에 의해 자극성 접촉 피부염이 생기기도 한다. 영유아나 노인들의 경우 기저귀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저귀와의 마찰, 또는 소변이나 대변에서 나온 습기가 문제를 일으킨다. 신체 부위별로 보면 머리에서는 염색약이나 헤어 로션은 물론 파마를 할 때 쓰는 약이나 샴푸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입이나 입 주변은 특정 음식물에 의한 접촉 피부염이 가장 흔하며, 립스틱, 치약과 같은 물질이나 의치(틀니)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은 음식물을 흘리거나 침이 새면서 입술 주위에도 접촉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자극적 물질이 몸통이나 팔다리에 닿은 경우에 해당 부위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럴 땐 증상이 곧바로 나타나기에 대부분의 경우 환자의 설명과 의사의 진찰에 따라 진단이 내려질 수 있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뉴스레터’를 쳐보세요.

☞한겨레신문 정기구독. 검색창에 ‘한겨레 하니누리’를 쳐보세요.

세척제, 보호 크림 등 일터에 비치

알레르기성의 경우 생활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금속, 화장품, 방부제, 약물, 합성수지, 세제나 옷 등을 비롯해 각종 식물도 원인이 된다. 금속의 경우 크롬이나 니켈과 같은 종류가 흔한 원인이며, 목걸이나 귀걸이, 안경테, 시계줄 등에 이런 성분이 들어 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코발트나 수은도 흔한 원인이다. 식물은 옻나무처럼 흔하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종류부터, 환자에 따라 참나무나 담쟁이넝쿨의 잎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알레르기 유발 물질과 접촉한 피부, 예를 들면 옻나무가 닿은 곳이나 특정 금속이 들어 있는 목걸이가 닿는 곳에 증상이 생긴다. 금속성 시계 줄을 착용한 경우 손목 부분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은 대체로 알레르기 검사를 받은 뒤 진단이 내려질 수 있다. 알레르기를 유발할 것으로 의심되는 물질을 실제 피부에 바르고 이를 테이프 등으로 덮은 뒤 이틀 동안 관찰하는 것이다. 또는 유발 의심 물질을 피부에 문질러 보는 유발시험도 할 수 있다.

대부분은 피부에서 가려움증을 느끼지 않도록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제제를 쓰면 증상이 개선된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일부에서는 접촉 피부염이 오랫동안 만성으로 지속하기도 한다. 피부염이 두피에 생긴 경우 해당 부위에서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으며, 보통 피부에서도 색소침착이 되거나 두꺼워진다. 또 피부 껍질이라고 부르는 각질이 잘 벗겨지기도 한다. 가려움증을 못 참고 긁어서 세균 감염이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접촉 피부염이 있던 곳에서 진물이 나오면 바로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한다. 세균 감염이 생겼는데 이전에 쓰던 약을 그대로 쓰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접촉 피부염인 만큼 원인이 되는 물질 접촉을 피하는 것이 예방·치료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미 접촉한 경우에는 수분이 많은 크림과 로션을 발라주면 좋다. 만성인 경우에는 유분이 많은 연고나 크림이 더 효과적이며, 바른 곳은 밀봉해 주면 치료에 더 효과적이다. 바르는 약으로 효과가 없거나 온몸 곳곳에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먹는 약으로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제를 쓰기도 한다.

평소 접촉 피부염을 일으키는 물질을 취급하는 경우 장갑이나 보호복, 모자, 보호 앞치마 등을 꼭 착용하도록 한다. 눈의 경우 보호 안경을 쓰고, 원인 유발 물질과 접촉했을 때 곧바로 피부를 씻어낼 수 있도록 피부 세척제나 피부 보호 크림 등을 일터에 비치하여야 한다.

김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했다. 한겨레 의료전문기자로 재직하면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위한 기사를 썼고,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