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상, 108배? 오히려 좋아" 2030 휴가 핫플된 이곳[르포]
"서로의 등에 기대서 눈을 감고 명상할게요."
지난 14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템플국장 선해스님이 가수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 노래를 틀더니 이렇게 말했다. 음악이 공기에 스며들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3분 동안 눈을 감고 옆사람의 등에 기대 음악에 집중했다.
선해스님은 "지금 하는 것이 의지 명상"이라며 "서로가 서로의 등에 기대면서 의지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편안하게 눈을 감고 노랫 소리를 들으며 나는 지금 어떤 마음 상태인지 살펴보라"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 중 절반 정도가 2030 세대다. 20대가 2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30대(18%), 50대(17%), 60대(13%) 순이었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이유는 단순한 휴식부터 색다른 경험에 대한 욕구까지 다양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20대 김모씨는 "매일 매일 바쁘고 정신 없는 경쟁 사회에서 하루라도 편안하고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30대 김모씨는 "평소에 친구를 만나면 사람 많은 식당이나 카페만 가게 된다"며 "비용도 6만~8만원이면 친구들 만나서 밥 먹고 돈 쓰는 것과 비슷하다. 차라리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화를 통해 위로를 받기 위해 참여한 사람도 있었다. 30대 박모씨는 "혼자서 고민을 생각하면 그 생각에 매몰되는 편"이라며 "스님이 직접적인 해결법을 제시해주지 않더라도 삶에 어떤 가치를 두고 살아야할지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20대, 30대 김씨와 30대 박씨는 모두 무교라고 밝혔다.
딱딱한 교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이날 조계사 템플스테이는 스님과의 차담 외에도 108배 체험, 새벽 4시 예불, 연꽃등 만들기 등이 진행됐다.
2030 참가자 대다수는 108배를 올렸다. 20대 김씨는 "108배가 힘들기는 했지만 뿌듯하고 머리도 비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새벽 4시 예불도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가장 불교적인 느낌이었다"며 "아침 일찍 일어나는게 걱정이 됐지만 막상 해보니 좋았다. 부처 앞에서 삼배를 할 때 머릿 속에 고민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전국 사찰 40여 곳이 휴가철을 맞아 특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찰별로 힐링, 서핑, 트래킹, 자연 등을 테마로 잡았다.
직장인 강예지씨(30)는 지난 6월 경기 가평 백련사에 친구들과 '힐링'을 테마로 한 1박2일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그는 "채식에 절옷을 입고 산속에서 자는 게 신기했다"며 "스님이 108배 이후에 실 팔찌도 줬는데 소원도 들어주고 덕담도 해줬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예진씨(30)는 최근 휴가철을 맞아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스님과 트래킹을 했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피톤치드를 느끼며 산책한 게 인상 깊었다"며 "주변의 여러 암자들을 스님이 설명해줘서 더 생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이들 사이에 템플스테이의 인기가 치솟자 참가 예약은 몇 달 전 마감이 되기 일쑤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는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개성을 중시하고 본인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는 MZ 세대 취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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