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슈퍼루키’에 찾아온 첫 고비와 벽… 조언은 간단하고 복잡하다 “그냥 뛰어 놀아라”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 고졸 루키 박지환(19)의 전반기는 말 그대로 센세이션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내야수가 1군 선배들의 공을 받아치며 4할에 가까운 타격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냥 툭 갖다 대는 것이 아니었다. 당차게 받아치고, 잡아 돌렸다. 모두가 이 선수의 특별한 재능을 느낄 수 있었다.
손에 투구를 맞아 골절로 한 달간 결장하는 시련을 이겨냈기에 더 대견했다. 전반기 32경기에서 121타석을 소화하며 기록한 타율은 무려 0.364. 홈런 2개에 14개의 타점, 6개의 도루를 보탰다. 수비도 다듬을 것이 많지만 그래도 기본은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두가 이 선수를 향후 어떤 포지션의 선수로 키워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던 때다. 그러나 예상대로 모든 게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신나게 달리다, 어느 순간 벽을 만났다. 꽤 높고, 단단하다.
박지환은 후반기 19경기에서는 타율이 0.208까지 처졌다. 홈런도 없다. 확실히 전반기만큼의 경쾌한 경기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성적이 처지자 자연스럽게 출전 시간이 줄어든다. 2루에는 정준재라는 박지환과 또 다른 유형의 좋은 신인이 있다. 조급해지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성적은 더 처지고, 출전 시간은 더 줄어드는 전형적인 악순환의 고리에 올라탔다. 올해 목표가 성적은 물론 차세대 자원들의 발굴인 구단도, 또 박지환이라는 걸출한 재능의 등장에 흥분했던 팬들도 애가 탄다.
이숭용 SSG 감독은 박지환의 부진이 그 나이 때 선수들에게는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고비라고 말한다. 이 감독은 16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처음에는 멋모르고 들어온다. 그냥 경기에 뛰는 게 재밌고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성적이 나고, 하다 보면 자신감이 붙는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붙는 순간이 굉장히 위험한 순간이다”면서 “머리는 마음대로 될 것 같은데 약점이 나오고 아무래도 그 약점을 공략한다. 조금 기다리고 참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잘 맞은 타구가 잡히고 그러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다 세게 치려고 하다 보니 폼은 망가지고, 밸런스가 깨져 있는 상황이다”고 박지환의 현재 상태를 진단했다.
폼을 바꾸려고 했던 건 아니다. 이 감독은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 좋을 때는 토텝을 하면서 (방망이가) 끊이지 않고 나왔다”고 떠올렸다. 박지환의 스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거침없다는 느낌도 준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더 세게 치려고 하니 방망이가 나올 때 힘을 한 번 더 모으려고 하고, 그 순간의 멈춤 동작 때문에 타이밍이 늦어버린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나도 그랬다”고 떠올리면서 “지나고 나면 ‘이게 아니구나’는 생각을 한다”면서 박지환의 지금 심정을 십분 이해했다.
그래서 한 번 이야기를 할까 말까한 순간에 16일 경기를 앞두고 기회가 왔다. 선수들이 훈련을 진행하고 있던 시점 선수들이 모이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뭔가를 가르치는 무거운 느낌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지금 상태를 묻고, 또 박지환의 이야기를 듣고, 또 자신의 경험을 조언하고 격려하다 박지환을 돌려보냈다. 박지환도 방망이를 고쳐 잡고 힘차게 배팅 게이지로 뛰어 나갔다. 그 장면에 대한 질문에 이 감독은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정확하게 지금 이야기한 것을 이야기하더라”고 이야기했다. 15일 NC전에서 4타수 무안타 3삼진을 기록한 뒤 의기소침한 기색도 있다고 했다.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이 감독 스스로도 어린 시절 다 경험한 일이다. 이 감독은 “잘하려고 하지 말고 ‘뛰어 놀아라. 그게 나중에 다 너에게 산 경험이 된다’고 이야기해줬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고등학교 졸업해서 지금 프로에 있는 것도 정말 잘하는 것이다. 거기다 시합도 뛰면서 네가 보여준 게 있는데 뭐를 그렇게 또 잘하려고 그러느냐. 이게 하나하나씩 쌓이면 다 네 것이 되니까 일단 뛰어 놀아라. 그러면 나머지는 코칭스태프들이 다 알아서 채워줄 것이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사실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또 어려운 주문이다. 이 감독은 박지환을 키워야 하는 선수로 분류한 만큼 2군은 생각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 실제 그랬다. 그러나 박지환으로서는 자리와 실적의 문제와 직결된 만큼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아직 자기 것이 정립되지 않은 선수라 그 가운데에서 뭔가의 무게중심을 잡기가 쉽지는 않다.
최대한 성공 확률이 높은 타이밍에 적절하고 또 과감하게 출전 시간을 배분하고, 그 과정에서 박지환이 수정 과정에 대한 확신을 느끼고, 또 그것이 실적과 분위기로 이어져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다. 사실 이 첫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고 오답노트에 적어내는 것만으로도 신인 시즌은 대성공이 될 수 있다. 코칭스태프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지, 박지환이 평소대로 당차게 이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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