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쪽 난 광복절 [ESC]

이정용 기자 2024. 8.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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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931년부터 제주 모슬포 주민들을 동원하여 송악산 인근에 군용 비행장을 만들었다.

태평양전쟁이 말기로 치닫던 1945년 초, 패전 위기에 몰린 일본은 연합군이 일본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거점으로 제주도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결7호' 작전을 준비한다.

제주 송악산 주변에는 일제 강점기의 수탈과 핍박의 현장을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일본 정부가 전쟁 중 저질렀던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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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931년부터 제주 모슬포 주민들을 동원하여 송악산 인근에 군용 비행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알뜨르 비행장은 중일전쟁을 준비하는 전초기지였다. 태평양전쟁이 말기로 치닫던 1945년 초, 패전 위기에 몰린 일본은 연합군이 일본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거점으로 제주도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결7호’ 작전을 준비한다. 여기에도 제주 주민들을 동원해 송악산 주변 해안절벽에 동굴 진지를 구축했다. 일본 본토를 지키기 위한 방어선이었다. 제주 송악산 주변에는 일제 강점기의 수탈과 핍박의 현장을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일본 정부가 전쟁 중 저질렀던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적은 없다.

“100년전 일로 (일본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던 대통령이 있는 한, “‘친일청산’ 할 것이 없다”던 진실화해위원장, “일제 때 쌀 수탈이 아니라 수출”이라던 한국학중앙연구원장, ‘1945년 8월15일은 광복절이 아니다’라는 독립기념관장이 있는 한, 모두가 하나되는 대한민국의 광복절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사진은 제주 일본군 진지동굴에서 바라본 형제섬이다. 한때 쥐가 많아 ‘쥐섬’으로 불렸다. 제주4·3사건 때, 학살을 피해 달아난 주민들이 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다고 전해진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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