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상징부터 쓰임새까지… “소나무=으뜸나무”
궁궐 등 주요 건축자재로 소나무 각광
정부 주도 아래 식재와 벌채까지 관리
유교적 상징·접근성 등도 영향 끼친 듯
전문가들 인식 변화·보전 방안 등 담아내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21일 동안 잡인의 출입을 금하고자 솔가지를 끼운 금줄을 치고 새 생명의 탄생을 알렸다. 영아사망률이 높았던 때라 장수를 상징하는 솔가지를 꺾어 아이의 생명을 빌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뒷동산 솔숲은 놀이터가 되고 땔감을 해오는 일터가 되기도 했다. 소나무로 만든 도구와 농기구를 사용해 생활을 꾸렸다. 흉년이 들어 굶주림을 참을 수 없으면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먹었다. 명절 때는 송편, 송엽주, 송기떡, 송홧가루로 만든 다식을 즐겼다. 양반가에선 소나무가 그려진 십장생도 병풍을 쳤다. 선비로 행세하려면 송연묵으로 간 먹물을 묻힌 붓으로 일필휘지할 수 있어야 했다. 한세상살이 마감하면 송판으로 만든 관 속에 들어가 뒷산 솔밭에 묻혔다.
소나무가 주요 건축재료로 등장하기 시작한 고려시대에 소나무는 건축뿐만 아니라 강한 수군 그리고 해양무역에 필요한 선박 제조에도 널리 쓰였다. 완도선, 달리도선, 십이동파도선, 태안선, 마도 1∼4호선 등 서해와 남해에서 인양된 고려의 선박에는 모두 소나무가 사용됐다. ‘고려사’에는 공적 목적이 아닌 경우 소나무 벌채를 금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인들은 수많은 나무 가운데 소나무를 가장 좋아한다. 산림청이 1991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8차례의 수종 선호도 조사에서 소나무는 2, 3위권인 단풍나무와 느티나무를 큰 폭의 격차로 누르며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자료는 보기 없이 조사자가 직접 응답자에게 “귀하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어 얻은 결과다.
책은 우리의 소나무 문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한국인이 소나무를 좋아한다는 결과 해석이 아니라, 우리가 소나무를 좋아하는 더욱 근본적인 이유가 조선 후기 산림정책, 사회경제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 시각을 더했기 때문이다.
연구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1장과 본문 4장, 결론 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2장은 한국인 소나무 이용의 역사적 변천을 다룬다. 특히 조선 후기에 소나무 이용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조선 후기부터 현대까지 산림정책의 변화와 소나무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천을 정리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분단된 현실을 고려하여 북한의 소나무 인식을 보론(補論)으로 함께 다루었다. 북한은 2015년 나라를 대표하는 나무인 국수(國樹)로 소나무를 지정했다. 3장부터 5장까지는 소나무가 한국인에게 ‘으뜸나무’가 되었던 역사·문화적 기원을 소개한다. 마지막 6장은 소나무숲이 쇠퇴하는 자연천이 과정, 산불과 소나무재선충병 등에 취약한 소나무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 소나무의 이용과 보전 방안을 모색한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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