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민족·제국·전쟁·사상… 14개 테마로 풀어낸 동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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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라고 하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소위 '서유럽'부터 떠올린다.
그에 반해 동유럽은 서유럽에 뒤처진 '2등 유럽'으로 뒤따라온다.
책은 종교·민족·제국·전쟁·사상 등 14개 테마로 동유럽을 쉽게 풀어낸다.
오스만제국은 유럽에서 쫓겨난 집단을 종교, 민족 등 정체성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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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유럽/ 제이콥 미카노프스키/ 허승철 옮김/ 책과함께/ 3만3000원
유럽이라고 하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소위 ‘서유럽’부터 떠올린다. 그에 반해 동유럽은 서유럽에 뒤처진 ‘2등 유럽’으로 뒤따라온다. 동유럽이라는 단어는 전쟁, 혼란, 후진성 등으로 연결돼 동유럽 주민 스스로도 사용을 꺼리게 됐다.
책은 종교·민족·제국·전쟁·사상 등 14개 테마로 동유럽을 쉽게 풀어낸다. 핵심 주제를 기반으로 동유럽의 정체성을 다루는 한편 ‘폴란드 유대인’이라는 출신을 이용해 집안의 경험 등 개인적 경험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간다.
1부 ‘신앙’편에서는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어떻게 동유럽으로 흘러들어오게 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오스만제국은 유럽에서 쫓겨난 집단을 종교, 민족 등 정체성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기독교·유대교·이슬람 신봉자들이 자연스럽게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했다. 변화가 온 것은 제국의 힘이 약해지면서다. 계몽주의 등의 영향으로 민족·종교마다 자신의 땅에서 고유 언어와 정체성을 갖고 독립적인 정치체를 일으키려는 민족주의가 득세한 것이다. 제국·다민족·민족주의가 얽히면서 이 지역의 ‘복잡한 분쟁’이 시작됐다.
20세기 들어서 낙후성과 2등 유럽이라는 현재의 인식이 자리 잡았다. 동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과 스탈린주의, 공산 통치의 오랜 암흑기를 지났고,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몰락과 프라하의 봄 등을 거쳐 끝내 ‘해빙’을 맞았다.
저자는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유럽은 하나의 유산을 서로 공유하고 있는데, 그것은 비극 속에서 희극을 보는 재능이다. 극단적으로 전개된 역사에 오랫동안 익숙해진 경험은 우리에게 부조리에 대한 비상한 유창함을 부여해주었다. … 내가 보기에 갑작스러운 재앙, 예기치 않은 반전, 기적 같은 탈출이 가득한 이러한 비극-희극 이야기들은 동유럽의 진정한 공용어”라고 전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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