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탑골공원서 2030 ‘야장 성지’된 ‘종로3가’… 밤거리 전성기 찾았다
”야장 분위기가 좋고 회사와 가까워”
전문가 “계절영향 있지만 한동안 인기 상권 유지”
지난 14일 오후 8시경 서울 종로구 낙원동 포장마차 거리. 인근 다른 지역에서 술을 먹던 젊은이들이 오후 8시 이후 야장 테이블이 설치되자 포차거리로 몰리기 시작했다. 오후 9시쯤이 되자 평일이었음에도 거리는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날 포차거리를 찾은 김모(29)씨는 “종로구는 야장 등 다양한 술집과 독특한 분위기가 좋고, 회사와 가까워 자주 찾는 편”이라며 “경복궁 등도 가까워 한옥 분위기의 카페 등도 있어 주말 낮에도 방문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인근 탑골공원이 위치해 중장년층·노년층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알려져 있던 종로3가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묘동사거리~낙원상가 도로가 2030세대에게 ‘야장 성지’로 꼽히면서 상권이 살아났다. 인근 익선동 등 주변 상권도 인기를 얻고 있고, 광화문, 경복궁과 가까워 인기 상권으로 발돋움했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에 따르면 종로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 2022년 4분기 10.3%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하며 올해 2분기 6.3%까지 회복했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 역시 같은 기간 13.5%에서 6.7%로 회복했다.
인근 상인들은 지난 2022년부터 급격히 방문객이 늘었다고 했다. 종로구 낙원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가 끝나고 야장에 손님이 크게 늘었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외국인 손님들도 찾는다고 들었다”며 “익선동, 낙원동에는 공실이 간혹 있지만 포차거리 인근으로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익선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오늘은 저녁시간에 비가 온 데다 날도 무더워 사람이 적은 편”이라며 “봄, 가을에는 저녁에 익선동부터 사람이 가득 차서 밤이 되면 포차거리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겨울까지도 수요가 있다”고 했다.
이처럼 사람이 몰리자 차도로 통행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안전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종로구청은 지난달 1일부터 바리게이트를 설치하고, 안전 요원 배치하는 등 시간제 통행제한을 시행 중이다. 식당은 오후 8시부터 야외 테이블을 한 줄씩만 설치하도록 했다. 실제로 거리에는 펜스가 처져 있었고 배치된 안전요원들이 사람들끼리 충돌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하고 있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포차거리를 찾는 인파가 몰렸고 인도 공간을 포차가 대부분 차지하다 보니 차도로 보행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며 “또 보행자 대부분이 음주 상태라 안전문제가 계속 발생해 우선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는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인분들의 반발이 굉장히 심하다. 바리케이트가 과해 포차거리 특유의 자유로운 느낌이 사라졌고, 매출에도 타격이 크다고들 이야기한다”며 “다만 안전문제가 우선이기 때문에 최대한 상인분들과 소통하면서 협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포차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45)씨는 “날이 더운 탓도 있지만 일단 차도를 막아놓은 것이 답답해 보이고 야장 좌석수도 줄일 수밖에 없어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반면 이날 포차거리를 찾은 박모(27)씨는 “전에 방문했을 때는 차도를 비틀거리면서 건너는 사람도 많아 위험해 보였는데 펜스를 설치하니 통로가 확보돼 안전한 느낌이 든다”며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금요일 등에 방문해보면 여전히 사람이 많아 통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종로3가 거리는 주변 상권의 확장으로 성장해 한동안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종로 포차거리는 해당 지역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기존 낙원동, 익선동 등 주변 상권의 확장이 이뤄진 것”이라며 “주변 상권의 임대료가 크게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라서 현재처럼 상권이 유지되고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야장으로 인기를 얻은 상권이다 보니 여름, 겨울에는 날씨의 영향을 받아 야장이라는 콘텐츠를 잃게 되면 상권이 다시 수그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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