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 반등 확신’…美 기술주 레버리지 ETF로 몰려갔다

강정아 기자 2024. 8.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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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8월 美 레버리지 ETF 1조원 순매수
기술주 집중 매수… “28일 엔비디아 실적 관건”

미국 증시가 지난 5일 ‘블랙 먼데이’ 사태 발생 이후 회복세에 들어가자,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지수 움직임의 2~3배를 따르는 레버리지 상품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서학개미들은 그간 하락폭이 컸던 대형 기술주 중심의 상장지수펀드(ETF)를 공격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 상위 5개 중 3개가 기술주 레버리지 ETF였다. 투자자들은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ETF(SOXL)를 6515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미국 내 반도체 기업 30곳의 주가를 모아 지수로 만든 것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뒤를 이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를 1918억원어치, 엔비디아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그래니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를 1142억원어치 사들였다.

테슬라와 나스닥 지수 수익률을 각각 2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 ETF(853억원),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 ETF(422억원)까지 포함하면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10개 중 5개가 기술주 관련 레버리지 상품이다. 지난달엔 기술주 레버리지 ETF 순매수 규모가 상위 10개 중 2개에 불과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투자자들은 해당 레버리지 ETF 5종을 1조847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달 미국 주식 순매수 전체 금액은 약 7502억원이다. 투자자들이 다른 종목을 팔고 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개인들은 반도체 등 기술주 종목의 반등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상장된 ETF에서도 미국 기술주 관련 레버리지 상품에 수요가 몰렸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6일까지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 ETF를 123억원어치 사들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H)’ ETF도 각각 18억원, 13억원어치씩 순매수했다.

그래픽=정서희

증권가에서는 미국 증시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보며 기술주 등 기존 주도주의 비중을 늘리라는 추천이 나왔다. 최근 주가 조정 과정에서도 주당순이익(EPS)이 오히려 우상향 흐름을 보인 점도 증시 반등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그동안 낙폭이 과도했다며 반등할 주식 1순위로 엔비디아를 꼽았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수익성 대비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과하다는 일명 ‘AI 버블’ 논란이 일면서 지난 6월 18일 135.58달러에서 이달 7일 98.91달러로 27%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122.86달러까지 반등하며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일 증시 급락의 핵심 원인이었던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되돌려지고 있고, 엔 캐리 트레이드(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방법) 청산 역시 일단락되며 주가 추가 조정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블랙 먼데이’ 이후 이뤄진 지수 반등은 빅테크주가 주도했다”며 “지금은 업종 순환 투자보다 기존 주도주 및 연관 수혜주 비중을 확대할 시기”라고 말했다.

오는 28일 예정된 엔비디아의 5~7월 실적 발표가 기술주 주가 향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견조한 실적과 가이던스(기업의 자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지만, 매출액이 일부 이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이를 빅테크 및 AI 사업자의 투자 기조 위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반도체 업종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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