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친 시장’ 오히려 득?… 中, 글로벌 급등락장 속 나 홀로 평온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8.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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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본토지수, 글로벌 폭락 속 선방
밸류에이션 낮아 추가 하락 어려워
낮은 외인 비중 덕에 외풍 영향 작아
다만 상승도 제한… 경기 침체 발목
바닥권 탈출, 정책 효과 검증 필요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극도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증시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쉽게 하락하지 않는 것은 중국 지수가 이미 바닥을 기고 있어 더 하락하기 어려운 데다, 규제 때문에 외국인 자금 비중이 적어 글로벌 패닉장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르지도 않는데, 이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경제 지표가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부양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 중국 증시는 현 수준에서 크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6일 중국 본토 증시를 대표하는 상하이종합지수는 2879.4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5일 세계 곳곳 증시의 폭락 기록을 새로 갈아치웠던 ‘블랙먼데이’ 이후 불과 0.7% 오른 수준이다. 또 다른 본토 증시인 선전성분지수 역시 같은 기간 0.5% 떨어지는 데 그쳤다. 미국 S&P500과 나스닥이 6.9%, 8.6%(15일 기준)씩 오르고, 한국 코스피와 일본 니케이225가 11.8%, 21.0%씩 오른 데 비하면 중국 본토 지수들은 이 기간 거의 변동이 없었던 셈이다.

대신 폭락장도 피해갔다. 5일 블랙먼데이 당시 S&P500은 지난달 16일 대비 8.5% 하락했고, 나스닥은 12.5% 떨어졌다. 코스피는 15.9% 급락했다. 특히 니케이225는 23.8% 폭락했는데, 5일 당일에는 1987년 10월 20일 때의 낙폭을 넘어서는 -12.4%를 기록하며 최악의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반면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16일 대비 각각 3.9% 떨어지는 데 그치며 비교적 평온한 장을 연출했다.

그래픽=정서희

중국 증시의 변동성이 글로벌 증시 대비 낮은 것은 이미 바닥권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즉 더 내려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상하이종합지수만 보면, 2021년 말~2022년 초 이후 제대로 된 반등 없이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종가는 10년 이내 가장 높았던 2007년 말(5000 후반~6000 초반)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본토 증시가 패닉장에서 지지력을 발휘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선행적인 가격 조정”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증시는 가격 조정과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선행됐다”라고 했다.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비중이 낮은 것도 변동성을 낮춰주는 요인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외국인도 A주(본토증시 상장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개방했지만, 조건도 까다롭고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이 홍콩을 통해 본토에 우회 투자하는 ‘북향자금’ 역시 본토 증시 내 비중이 3%가 채 되지 않는다. 중국 증시는 글로벌 이슈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인 셈이다. 반면 한국 증시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30%에 달한다. 외국인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유동성이 좋은 한국 주식을 가장 먼저 내다 팔기 때문에 한국 증시는 외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증시가 바닥까지 떨어졌으면 다른 국가 증시가 오를 때 함께 올라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경기가 작용하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중국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1% 늘어나며 6월(5.3%) 상승폭은 물론 시장 전망치(5.2%)에도 못 미쳤다. 산업생산은 3개월 연속 둔화하며 중국 경기 침체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자본 투자 변화를 보여주는 1~7월 고정자산투자도 3.6% 늘어나는 데 그쳐 지난 6개월간 상승폭(3.9%)보다 낮아졌다. 반면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인 소매판매는 7월 2.7% 증가하며 전월(2.0%)보다 나아졌다. 이렇게 각 경제지표의 향방이 엇갈리는 것은 그만큼 회복력이 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증권가는 중국 정부가 최근 들어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7월 중장기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하는 ‘3중전회’를 통해 내수 부진을 해결하겠다고 발표하자 그 직후 인민은행은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하반기에도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 효과가 지표에 반영된다면 중국 증시도 상승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5%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하반기에 수요측 정책 완화가 강화되겠지만, 8월 이후 실물 지표를 통해 정책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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