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왜, 음주를 조심해야 할까?
“몇잔 정도가 적당할까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적정 음주량은 맥주는 작은 캔 2개, 와인 2잔, 소주 반 병 정도이고, 여성의 양은 남성의 반 정도로 본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적당량의 음주라는 개념 자체가 문제 소지가 있다. 이미 1987년 WHO(세계보건기구)는 알코올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나이를 따지지 않고 유해하다. 하지만 노인에게 더 위협적이다. 당뇨나 우울증 등 기저 질환을 악화시킨다. 낙상이나 사고의 위험성을 높여 자칫 사망에 이르게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소위 ‘가속노화’를 일으킨다. 2023년 의학 저널 ‘노화(Aging)’에는 5년간 매일 음주하면 0.31년의 생물학적 노화가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15년간 매일 마시면 노화가 1년이 빨라지는 셈이다. 또한 한 번의 폭음(5잔 이상)으로도 한 달 반만큼 노화가 가속되니, 폭음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음주의 즐거움에 비하면, 가속노화가 그리 두렵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누군가 내 금쪽같은 여생의 하루를 빼앗으려 든다고 생각해보자. 그래도 금주는 안 되겠다면? 노화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폭주는 절대 삼가고 절주라도 시작하자. 즐거움을 조금 줄이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으면, 나름 괜찮은 타협 아닌가.
김진세 정신과 전문의 heart2hear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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