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직원들 스카사에서 일하는 것 축복이자 행복으로 여겨”
동원그룹이 2011년 인수한 세네갈 참치 가공 회사 ‘스카사(S.C.A SA)’는 세네갈 전체에서 복지가 가장 좋은 회사로 유명한 한국 업체다. 통근버스를 운영해 직원의 출퇴근을 돕고, 모든 직원에게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또 동기부여를 위해 성과급 제도를 도입해 매월 지급하고 있다. 이런 운영 방식으로 스카사는 아프리카 회사를 해외 업체가 인수해 잘 운영하는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동원은 스카사에서 생산한 참치를 미국과 유럽에 공급하고 있다. 동원의 미국 자회사인 스타키스트의 참치 파우치 제품을 스카사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종오 스카사 대표는 20년간 아프리카에서 일한 현지 전문가다. 2004년부터 12년간 삼성전자 아프리카법인장으로 근무했고, 2016년 삼성전자를 떠나 스카사로 옮겨와 스카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동원그룹이 아프리카에서 하고 있는 사업은.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산업은 2011년 8월 세네갈 국영기업인 스카사를 인수해 참치 가공 회사인 스카사와 조업 회사인 캡센(CAPSEN)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스카사는 지난해 기준 매출 1억유로(약 1481억원)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캡센은 스카사의 참치 원어 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2015년 투자 설립한 곳이다. 현재 선망선 4척, 채낚기 선 1척 등 5개 선단을 운영 중이다. 2023년 약 4만t의 참치를 공급했다.”
아프리카 사업 규모와 인력은.
“스카사는 1800여 명 직원이 매일 130t의 참치를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대표 포함 4명이다. 주재원은 동원의 글로벌 스탠더드 프로세스와 품질 관리의 핵심 역량을 교육하고, 각 부서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생산과 품질은 현지인 책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캡센에서도 대표를 포함해 한국인 4명이 근무 중이다.”
스카사 인수 초기 어려움을 겪었다던데.
“동원은 2013년 10월 2600만유로(약 388억원)를 투자해 세네갈에 대규모 참치 가공 공장을 짓는 등 아프리카 진출에 본격 나섰다. 하지만 인수 초기 경영은 쉽지 않았다. 품질 관리가 엉망이었고 현지 직원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와 업무 방식이 최악이었다. 이에 따라 노사 관계도 좋지 않았다. 특히 아프리카 진출 경험이 없어 현지 당국과 협력할 전문가도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출이 늘어날 수 없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적자가 난 배경이다. 매년 적자 폭도 커졌다. 동원그룹 내부에서 아프리카 사업 철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노사 갈등이 특히 심했다고 하더라.
“기본적으로 현지 직원들은 정시 출근을 지키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성실한 근태에 대해 직원들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근태나 업무의 실수를 지적할 경우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 각종 핑계를 대다가 결국 ‘인샬라(알라의 뜻대로 하다)’라며 회피했다.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문화로 인해 각종 가족 행사를 핑계로 무단결근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근로 문화를 바꾸는 게 가장 시급했다.”
현지 직원의 근무 태도를 바꾼 계기는.
“동원그룹은 2016년 하반기부터 ‘동원은 하나의 가족’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ONE 스카사’라는 가치 아래, 노사 관계를 개선하고 소통하기 위한 활동들을 이어갔다. 세네갈에는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슬림의 특성과 부족 문화가 남아 있다. 한국 직원들과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지 직원의 경조사를 찾아다녔다.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믿음을 주고자 노력했다. 대중교통,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한 현지 특성을 반영해 통근버스를 운영했다. 한국이면 1~2시간이면 갈 거리를 5~6시간 이동해야 했으니 말이다. 세네갈 최초로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공했다. 직원의 복지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제품 품질 개선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
“전면적인 혁신 경영을 시작했다. 약 6개월간 공정부터 제품 품질 관리 등을 원점에서 다시 구축했다. 동원 창원공장과 미국 스타키스트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공정과 품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내가 스카사 대표로 부임한 것도 이때다.”
동원그룹은 2016년 당시 이 대표 영입에 대해 “아프리카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동원의 도전적인 성향이 묻어나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스카사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은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회사와 현지 직원들은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카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인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가정을 안정적으로 돌볼 수 있다는 점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때도 스카사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철저한 예방 활동과 직원들의 협조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현지 직원들은 스카사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큰 축복이자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성장 가능성과 불안 요인은.
“국내총생산(GDP) 성장, 인구 증가 등 수치로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 확대나 투자 측면에서 더 중요한 건 시장의 유효수요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 제조업에 종사한 인력과 물류 등 인프라를 감안할 때 당장은 소규모 투자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어업과 관련해서는 아프리카 정부 관점에서 외국 자본의 투자나 원양어업권 등은 현지 산업 고용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원양어업의 경우 가공 설비, 고용 증대 등을 허가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에서 경쟁력이 있는가.
“한국 제품 중 유아용품, 화장품 및 뷰티 제품, 포장, 식품 제조 등이 아프리카에서 유망하다고 본다.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인해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빈부 격차로 상위 10% 소비자는 중·고급 제품을 찾는다. 한국 화장품과 유아용품, 한식은 여전히 아프리카에서도 유효한 품목이자 전략이다. 아프리카는 시장 개발과 판매에서 최적의 판매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가이드 또는 파트너를 찾는 게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소한 여러 파트너를 확보해접근해야 한다. 특정 분야에서 일을 잘하는 전문가를 확보해 여러 파트너가 보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 정부나 협회 등에 바라는 것은.
“한국에 부도나 가동률 저하로 사용하지 않는 중고 유휴설비가 많은 것으로 안다. 중고 유휴설비 중에는 아프리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필요한 장비들이 많다.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접목해 이런 설비들을 아프리카로 옮겨올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경쟁력 및 효율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게 바로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강조한 한국의 성장 노하우와 아프리카의 상생 번영의 실제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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