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CHALLENGE & PROVE

손동환 2024. 8.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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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4년 7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6월 19일 저녁에 이뤄졌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박지수는 WKBL의 독보적인 존재다. WKBL에서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어느 정도 이뤘다. 그리고 박지수는 더 높은 무대를 선택했다. 그 곳에서도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이 훈련하고 있다.

She's back
‘선수 박지수’는 그야말로 순항 중이었다. 그러나 2022년 8월 ‘공황장애’와 만났다. 신경계 손상이 원인인 병. 즉, 박지수가 통제할 수 없는 병이었다. 그래서 박지수는 복귀 시점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박지수는 집념을 발휘했다. 코트 하나만 바라보고, ‘공황장애’를 떨치려고 했다. 박지수의 노력은 헛수고가 아니었다. 2022~2023시즌 중 어렵게 복귀했다. 코트를 밟고, 농구공을 만질 수 있었다.
비록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지만, 돌아온 박지수는 경기 감각을 쌓을 수 있었다. 공황장애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도 터득했다. 그리고 진정한 복귀를 노렸다.

공황장애 이후 처음으로 비시즌 훈련을 했습니다. 준비하는 방식이 이전과 달랐을 것 같아요.
컨디션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차이가 어느 정도 있었어요. 그래서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했죠. 또, 참고 해야 하는 지점과 가라앉혀야 하는 지점을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그걸 파악했기 때문에, 비시즌을 잘 버텼던 것 같아요.
준비하는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강했을 것 같습니다.
의지가 강하기도 했지만, 행복했습니다. 코트로 돌아왔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죠.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고, 그래서 연습을 더 많이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재미있기도 했고, 지루하지도 않았어요.
KB 선수들의 각오 또한 남달랐습니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들 열심히 했어요. 모두가 100%를 쏟는 것 같았죠. 저 역시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비록 비시즌 중반에 대표팀으로 차출되기는 했지만, 대표팀에서도 최선을 다했어요.

승승장구
박지수를 포함한 청주 KB 선수들은 2023년 4월 9일부터 2023년 11월 7일까지 비시즌 훈련을 했다. 약 7개월 가까이 비시즌 운동을 했다. 시즌보다 훨씬 긴 시간을 훈련에 매진했다.
선수들의 길고 긴 노력이 정규리그에 나타났다. 한마음이 된 KB는 시작부터 치고 나갔다. 시작부터 치고 나간 KB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팀으로 변했다. 2023~2024시즌 정규리그에서 27승 3패를 기록. 2021~2022시즌 이후 2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또, 정규리그에 치른 홈 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이는 WKBL 역대 최초의 기록이었다.

비시즌이 정말 길었습니다. 정규리그를 기다리는 마음이 컸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솔직히 막막했어요.(웃음) 비시즌 소집일(2023년 4월 7일)이 아직도 기억날 정도로요. 사실 이번 챔피언 결정전 종료 시기랑 비슷했던 거잖아요. 그리고 다들 휴가 갈 때, 저희는 연습한 거라... 그런 마음이 조금은 들었어요. 훈련 강도도 초반에는 강했고요.
그렇지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운동과 휴식을 잘 안배해주셨어요. (예를 들면?) 이틀 운동 후 외박을 주는 방식으로요. 그래서 잘 버틸 수 있었어요. 게다가 연습 경기와 대표팀, 박신자컵 등 비시즌을 정신없이 보냈어요. 앞서 말씀 드렸듯,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죠.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지?’라는 생각이 오히려 컸어요.(웃음)
압도적인 기세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전에는 ‘정규리그가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했어요. 물론, 정규리그를 우승해서 기쁘기는 했지만, 포스트시즌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거든요. 이전보다 성숙해졌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끝났다는 기분이 안 든 건, ‘통합 우승’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겠죠?
네. 정규리그 우승도 너무 좋지만, ‘통합 우승’이 진짜 우승이라고 생각했어요. ‘정규리그 때 잘하더라도, 챔피언 결정전에 진다면...’이라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고요.

마지막 한 걸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KB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천 하나원큐를 만났다. 하나원큐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3전 3승.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챔피언 결정전에 나섰다.
KB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아산 우리은행을 만났다. 정규리그 상대 전적 4승 2패. 그 중 1경기를 박지수 없이 치렀다. 그렇기 때문에, KB의 자신감은 컸다.
하지만 KB는 우리은행의 반격을 막지 못했다. 2차전까지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3차전과 4차전을 내리 패배. 통합 우승의 꿈을 놓쳤다. ‘최후의 승자’라는 이름 역시 우리은행에 내줘야 했다. 박지수 또한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컸다.

챔피언 결정전 상대가 우리은행으로 결정됐습니다.
자신감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은행이라면 새로운 걸 들고 나올 것 같았어요. 그래서 100% 이길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했어요. ‘우리가 열심히 준비해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 사이의 공백 기간이 길었어요. 저희가 챔피언 결정전에 먼저 진출하기는 했지만,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어려웠죠.(KB는 플레이오프 종료 후 10일을 쉬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 종료 후 9일을 쉬었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KB와 우리은행은 생각보다 팽팽했습니다. 2차전까지 1승 1패를 기록했는데요.
1차전에서 패한 후, 불안함이 더 커졌습니다. ‘우리은행이 준비를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챔피언 결정전에 나선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때와 다른 팀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이겨야 하나?’라는 막막함이 들 정도로요.
3차전과 4차전을 내리 내줬습니다. 통합 우승을 실패했고요.
제 퍼포먼스가 너무 실망스러웠어요. 게다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했기에,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물론, 몸 상태가 복합적으로 좋지 않았지만(박지수는 “사실 챔피언 결정전 때 독감과 공황장애 증세, 무릎 골멍 등을 동시에 앓았다”고 밝혔다), 그건 핑계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었어요. 좋지 않은 몸 상태를 핑계대고 싶지 않았죠. 비록 3차전을 졌지만, 4차전을 준비할 때에 ‘나 자신에게 후회를 느끼지 않을 만큼, 모든 걸 쏟자. 5차전을 생각하지 말고, 4차전에 모든 걸 쏟자’고 다짐했죠.
물론, 저희가 4차전에서는 패했지만, 후회하지는 않았어요. 농구를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가슴에 손을 얹고 이야기할 정도로, 모든 걸 쏟았거든요. 4차전을 이겼어도 5차전을 뛰지 못할 정도로, 저 스스로에게 너무 떳떳했어요.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때만큼 쏟지 못할 거예요. 비록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어요. 후회와 아쉬움은 다른 거니까요.
만약 KB가 4차전을 이겼다면, 박지수 선수는 5차전에도 뛰지 않았을까요?
물론, 뛰었겠죠.(웃음) 어떤 방법으로든 코트에 나섰을 거예요. 그렇지만 4차전만큼 뛰지 못했을 거예요. 4차전만큼의 퍼포먼스를 못 보여줬을 거고요. 마음은 굴뚝같아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을 거니까요.

CHALLENGE & PROVE
박지수는 통합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선수로서의 꿈을 계속 꿨다. 그리고 지난 5월 3일. 하나의 보도자료가 기자에게 발송됐다. 보도자료의 핵심은 ‘박지수의 해외 진출 승인’이었다.
보도자료의 세부 내용은 이랬다. 박지수는 튀르키예 리그의 갈라타사라이 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원 소속 구단인 KB와 면담을 했고, 면담 끝에 튀르키예행을 결정했다. 그 후 “어려운 결정을 해주신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또, 다음 시즌을 함께 하지 못해, 팬 분들과 동료들에게도 미안하다. 아쉬움이 크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진출을 결정한 박지수는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하고 있다. 박지수가 그렇게 운동을 하는 이유는 이렇다. 잘하고 싶고, 증명하고 싶어서다.

갈라타사라이가 박지수 선수에게 영입을 제안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아시겠지만, 제가 FA(자유계약)를 1년 앞두고 있었어요. 그리고 2023~2024시즌 종료 후 여러모로 힘들었어요. 그래서 2024~2025시즌 종료 후에는 해외로 가겠다고 다짐했어요. 그게 제 마음같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2025년에는 도전할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에이전트에게 “내년에는 무조건 해외로 가겠다. 그러니, 해외리그를 여러 루트로 알아봐달라”고 했죠.
그러던 와중에, 에이전트로부터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터키에 있는 몇 개 구단이 너를 당장 원한다”고요. 그래서 머리가 더 아팠습니다.(웃음) 그렇지만 FA 기간이 어느 정도 남아서, 저는 팀에 당장 연락했어요. 선수 구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싫었거든요. 또, 저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요.
‘해외 진출’과 ‘KB’. 두 가지 키워드 때문에, 박지수 선수가 고민을 크게 했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FA 시장이 끝나지 않았어요. FA 기간이 어느 정도 남아있었죠. 그래서 제가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받자마자 코칭스태프와 사무국에 연락을 했어요. “당장 만나야 할 것 같다”고요. ‘내가 결정을 빨리 해야, 구단에서도 결정을 빨리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구단에서는 “1년 더 함께 하면 어떻겠냐?”라고 설득했습니다. 저 역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구단 입장도 많이 생각했어요. 그리고 구단에서 저를 더 강하게 잡아주신다면, 저는 KB에 남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기회가 언제 올까?’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습니다. 선수로서 솔직한 마음을 구단에 말씀드렸죠. 구단에서도 제 의지를 확인하신 후 “잘 다녀오고, 좋은 결과 내면 좋겠다”고 격려해주셨어요.
사실 구단은 많이 서운했을 거예요. 다만, 제 의지를 존중해주셨어요. 제 미래를 존중해주셨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구단에 너무 죄송하고 너무 감사해요.
곧 튀르키예리그에서 뛰게 됩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WNBA에서 뛸 때에는, WKBL 시즌 종료 후 WNBA 팀으로 바로 합류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팀 운동을 하지 않아요. 피지컬 트레이닝과 농구 관련 운동 모두 1대1로만 하고 있어요.
제가 만약 누군가와 같이 운동을 했다면, 제 컨디션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어요. 제 몸 상태를 알 수 있고, 운동 기준점 역시 확인할 수 있죠.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제 몸 상태와 제 몸이 힘든 이유를 파악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내가 잘 준비하고 있는 걸까?’라는 불안함이 커지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어요. 매일매일 오전-오후 운동을 소화합니다. 주말에는 선생님들의 스케줄을 고려해야 하지만, 하루에 한 개 이상의 운동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어요. 어떤 방법으로든, 매일매일 운동하려고 해요.
그렇게 운동하는 건, 목표 의식이 강해서라고 봅니다.
맞습니다. 잘하고 싶고, 증명하고 싶어요. 그리고 경쟁에서 밀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운동에 강박을 느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저는 해외 무대에서 한참 부족한 선수예요. 그런 점이 부각되지 않도록, 준비를 잘하고 싶어요.

일러스트 = 락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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