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이 꿈꾸는 '통합 셀트리온' 어떻게 될까?
지난 1월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완료
소액주주들 "또다시 희생 강요?" 합병 결사반대
셀트리온제약 성과 불분명…재무적 위험 높아
"시기적 문제" 제약 사업다변화 통해 합병 재추진되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1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6개월 안에 셀트리온제약과 2단계 합병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3월 '서정진호'가 야심 차게 쏘아 올렸던 '통합 셀트리온(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꿈은 이대로 저물까.
합병 무산…소액주주들 반대 못 뚫었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16일 이사회 결과를 통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은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주주 설문조사를 비롯해 합병을 두고 시너지, 재무적·비재무적 위험 요소, 자금 등 합병 추진이 타당한지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졌다.
합병의 가장 큰 난관은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대였다. 합병 추진 논의가 나올 때부터 소액주주들은 반대를 줄곧 외쳤다. 셀트리온소액주주연대는 지난 7월 "60만 셀트리온 주주들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결사 반대한다"며 신문에 광고를 게재해 의견을 피력했다. 실익이 없고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것이 골자였다. 주주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 조사 결과 대주주까지 포함해 셀트리온 주주 70%가 합병에 반대했다.
회계법인 외부 평가와 내부 평가에서도 합병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회계법인은 셀트리온제약의 성과가 구체화되지 않아 주가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재무적 위험 역시 높아지고, 반대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자금 유출도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됐다. 사실상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보다 잠재적 위험이 높다는 판단이 나온 셈이다.
서정진호 '통합 셀트리온 드림' 무산되나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은 지난해 3월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해 '통합 셀트리온' 비전을 내세웠다. 셀트리온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던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를 오는 2024년 말까지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1단계 통합이었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8월부터 합병 절차에 돌입해 5개월 만에 합병 신주 상장을 끝으로 합병을 완료했다.
3사 합병은 추후에 다시 추진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발표에서도 '현시점의 합병 추진은 어렵다'며 시기상 어려움을 강조했다. 3사 합병에 서정진 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는 만큼 추후 위험 요인을 최소화한다면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양사 주주의 이익이 수반되면 통합에 대해서는 주주가 원한다는 전제 안에서 다시 검토가 가능하다"며 "주주의 향후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을 반대했던 소액주주들도 주가의 불확실성이 해결되면 3사 통합에는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 추진 당시에도 헬스케어 주식이 고평가 돼 있었다는 평가는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매출 밀어주기'등 합병을 통해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주주 가치 회복에 더 중요했기 때문에 소액주주들도 합병을 적극 찬성했다. 하지만 지난 1월 1단계 합병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주가로 인해 당장은 또다시 주주들이 희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윤석 셀트리온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합병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과 같은 희생은 한 번이면 된다고 생각하지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라며 "다만 셀트리온제약이 성장의 기반을 갖추면 두 회사의 합병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합병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셀트리온제약은 다음 주 중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공개해 향후 사업 다변화와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제약에 대한 주가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고 합병의 물꼬를 다시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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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은 기자 castlei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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