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기' 염종현 경기도의원 "형님 국회, 아우의 협치 배워야"

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CBS노컷뉴스 박철웅 PD 2024. 8. 1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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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염종현 의원(더불어민주당·부천1) 인터뷰]
갈등 풀 열쇠 '양보'…"야당에 '룸'을 줘야 협치"
중재자 의장으로서 '민생' 앞세워 합의점 도출
"중앙정치, 존중과 공감 부재+개선 의지도 없어"
"책임정치의 자세, 국회가 경기도의회 배워야"
후반기 김진경 의장의 새 철학과 협치 열매 기대
편집자 주
지난 2022년 6월 1일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선출된 156명의 경기도의원들은 4년간 사람중심 민생중심의 가치를 둔 '의회다운 의회'를 만들기 위해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1390만 경기도민의 대표기관인 경기도의회는 도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경기도의 행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뿐 아니라 지역의 현안과 민원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그만큼 도민들을 대표하는 경기도의원의 생각과 가치관, 비전 등은 지방자치시대 경기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출발은 험난했다. 78 대 78, 전례 없는 여·야 동수의 팽팽한 긴장 속에 의장선출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어느 당이 먼저 의장직을 차지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된 것.

"동수일 때 연장자가 우선한다는 회의규칙이 있었지만 국회나 다른 광역의회에서는 다선 의원이 우선한다고 규정돼 있었어요. 잘못된 규칙을 바꾸자는 우리 당과 의장선거를 앞두고 회의규칙 변경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이 정면 충돌했던 거죠."

지난 2년간 제11대 경기도의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염종현(64·더불어민주당) 의원 얘기다.

갈등 풀 열쇠는 '양보'…"포기해서 얻는 게 협치"

 
염 의원은 누군가는 '내려놔야 하는 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당내 목소리대로 규정을 바꾸면 손쉬웠겠지만, 그는 상대 정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원칙을 택했다.

"당내 의원들은 회의규칙을 바꿀 명분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고집만 부렸다면 상임위원장직 배분 등 원구성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 편에게 매달려서라도 대승적인 뜻을 모아야만 했죠."

민주당을 대표한 자신이 한발 물러남으로써 상대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 타협점을 찾고, 결과적으로 의장직까지 선점할 수 있었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김동연 도지사가 이끄는 경기도에서 여당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여당이 먼저 내려놓지 않으면 야당은 물러날 곳이 없는 것 아닙니까. 우리 당이 다 가지고 갈 순 없었죠. '룸(공간, 여지)'을 주자는 게 저의 결단이었습니다. 그게 협치의 시작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중재자'인 의장이 된 이후 손에 잡아 든 의사봉은 더 무거웠다. 첫 시험대는 경기도의 1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였다. 지난 10대 도의회 문턱을 넘었던 경기도 경제부지사의 권한 확대를 놓고 야당의 거센 공세가 이어졌고, 염 의원은 또 다시 기로에 섰다.

집행부 편에 섰더라면 덩치가 같은 여·야의 힘겨루기로 소모적인 정쟁부터 벌어질 게 뻔한 상황이었다. 판단 기준은 간단했다. 무엇이 더 합리적이냐. 그는 또 소신을 택했다.

"국민의힘의 지적에 상당 부분 공감을 했습니다. 기존 행정1부지사의 권한을 이양해 새롭게 경제부지사직을 만들었으면 새로운 의회에서 주도적으로 다뤄야하는데, 지난 의회에서 이미 다 정해버렸던 거예요. 야당 입장에서 항의할 만한 일 아니겠습니까. 의장으로서 집행부를 질타했고, 덕분에 순조롭게 추경 심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존중과 공감의 협치…형님 국회가 경기도의회 배워야"

 
산 넘어 산이었다. 2차 추경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속에 도가 서민·중산층 지원예산으로 9천억 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한 것을 두고 또 다시 격돌했다. 야당은 건전 재정의 중요성을 내세워 두 달 가까이 대치 국면에 들어갔다.

원구성에 시간을 잃었던 데 이어 먹고사는 민생 해결마저 늦출 순 없었다. 경제난을 극복해야 할 도의 입장과 안정적인 지방정부 재정 운용에 관한 야당의 비판이 평행선을 달리면서도, 양측 일각에서는 상대방에 공감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염 의원은 합의점을 찾는 데 집중했다.

"민생 현안이 잔뜩 걸린 예산 심사가 늦어져 도민들께 본회의장에서 사과를 두 번이나 드렸어요. 더 이상 사과만 할 순 없었죠. 중재자로서 양당 대표들부터 찾아갔습니다. 의장이지만 먼저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서로 인정하는 부분들을 협의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 주는데 주력했죠. 차츰 이견이 좁혀지면서 타결을 이뤘습니다."

이처럼 소통으로 진통을 이겨낸 경험은 이듬해 본예산 심의에서 약이 됐다.

준예산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초반 기싸움이 살벌한 가운데, 직전 추경 협의 사례를 토대로 양당은 법정 기한만은 지키자는 원칙에 전격 합의했으나 좀처럼 매듭을 풀지 못했던 상황. 156명 모든 의원들이 합의점을 찾기 위해 철야에 들어갈 정도였다.

염 의원은 '뒤가 따가웠다'고 했다. 중재가 절실해지면서 모든 의원들이 자신만 바라보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는 말이다. 그는 신발끈을 더 세게 조였다. 의장실이 있던 도의회 청사 5층에서 정당별 교섭단체 사무실이 있는 11~12층까지 수없이 오르내리며 설득 작업을 이어갔다.

비록 약속한 합의 기한은 몇 시간 넘겼지만, 밤을 지새우며 극적으로 합의돼 준예산 우려를 꺾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형님 의회인 '국회'와 견주며 싸움을 멈출 줄 아는 '협치 의회'를 강조했다. "형보다 아우가 낫다"는 자신감으로 읽혔다.

"그 무렵 국회도 (예산 심의로) 무척 혼란스러웠어요. 우리 도의원들은 적어도 국회보다는 먼저 해내자는 의욕이 있었다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이런 정치적 기억과 경험은 정말 오래갈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염 의원은 협치가 가장 필요한 곳이 국회를 비롯한 중앙정치 무대라고 힘줘 말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반복과 잇단 탄핵안 발의 등으로 정치적 공회전을 거듭하며 개원식조차 열지 못한 국회를 겨냥했다.

"지방정치도 정당공천을 거쳐 이뤄지는 '책임정치'라는 점을 명심하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합리적 의견 조율로 합의를 이뤄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중앙정치는 존중과 신뢰가 없고, 꼬인 실타래를 풀려는 의지도 부족해 보여요. 경기도의회의 협치를 국회에서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반기 '협치 열매' 기대, 전반기 '최초' 성과 자부도

 
후임자에 대한 조언도 존중과 상생의 정치에 방점이 찍혔다. 전반기에 여·야 소통 물꼬를 튼 만큼, 이젠 협치의 폭을 넓혀 도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열매를 맺어 달라는 당부다.

"의장인 제 속을 새까맣게 태우면서도 새로운 협치 틀을 만드는 데 사력을 다했습니다. 후반기 중재자인 김진경 의장을 중심으로 더 멋진 협치 모델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끝으로 그는 의정정책추진단을 완성하기 위한 도내 31개 시·군과의 정책 협치 네트워크 구성과 경기도 서울사무소 설치 등 광역의회로서 '최초' 타이틀이 붙은 성과들을 냈다고 자부했다.

"선도적인 체제를 한번 구축해 보자는 뜻을 모아 다양한 최초의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자타 공인 전국 최대 광역의회입니다. 의석수가 156석이고 교섭단체 체제가 국회에 견줄 만큼 확고하게 자리매김해 있습니다. 그 힘으로 17개 광역의회, 나아가 전국 지방의회의 맏형으로서 역할을 해 왔다고 자신합니다."
 

제 11대 경기도의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염종현 의원(더불어민주당·부천1). 박철웅 PD


다음은 염종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여·야 동수의 경기도의회 전반기, 당시 원구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결과는 경기도의회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초유의 78 vs 78 동수였다. 그런 경기도민의 선택은 제발 싸우지 말고 도민만 바라보고 협치를 통해 일해 달라는 경기도민의 명확한 요구였다. 하지만 원구성을 시작하며 예상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야 동수에서 의장 선출과 상임위원회 구성, 그리고 협치의 틀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논란의 주된 요인이었다. 상반기와 하반기 의장을 여·야 한 번씩 하는 것에 동의했지만 누가 먼저 할 것인가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당시 경기도의회에서는 동수가 됐을 때 연장자가 우선한다는 회의규칙이 있었지만 국회나 여타 광역의회에서는 동수일 때 다선이 우선한다고 되어 있었다. 회의규칙을 변경하자는 민주당과 선거를 앞두고 회의규칙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이 서로 배치됐다. 당시 민주당 의장 후보였던 입장에서 양쪽 주장이 다 타당했다.

민주당 남종섭 대표와 현 회의규칙대로 진행하자는 결단을 내렸고 그것이 원구성의 실마리를 푸는 최초의 계기였다. 그때부터 합의의 급물살을 타며 상임위원회의 배분에 대한 구성을 했고 그 과정이 약 40일 정도 걸렸다.

Q. 당내 반대도 있었을 텐데, 쉽지 않은 결단을 한 이유는?
 

당연히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규칙을 바꿔야 한다', '명분이 있다'며 반대를 했다. 하지만 그것을 고집했을 경우 원구성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없었고 타결이 될 수 없었다. 누군가는 내려놔야 되는 순간이었다. 민주당에서 선택해 준 의장 후보로서 저의 판단과 결정이 매우 중요했다. 맞지 않는 회의규칙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회의규칙을 잘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 그 결단을 의원들에게 정중하게 요청을 드렸다.

민주당은 김동연 지사가 있음으로 경기도에서 여당의 역할을 하는데 여당이 내려놓지 않으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더 이상 물러날 수 있는 지점이 없었다. 모든 걸 다 가지고 갈 수는 없었다. 그것이 협치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결단을 내리게 됐다.

Q. 예상을 뒤집은 득표로 의장에 선출됐는데?

상대였던 국민의힘 김규창 의장 후보님을 잘 알고 있지만 대단히 훌륭한 분이다. 그런 결과를 보고 여·야 모든 의원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만큼 염종현이라는 의장 후보에 대한 기대감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여·야 의원님들의 선택은 지방선거에서 협치를 통해 도민을 바라보고 일해 달라는 도민들의 준엄한 요구다. 저를 포함한 156명 의원님들의 똑같은 요구를 모두 짊어졌다. 11대 경기도의회는 협치가 최우선이 돼야 했다. 여·야의 철저한 중재자 입장에서 비록 국회와 달리 당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협치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의장이 몸소 최전선에서 실천해 나간다는 다짐을 강력하게 인식한 순간이었다.

Q. 협치의 첫 시험대가 1차 추경 예산안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 당시 행정1부지사가 가지고 있던 권한을 경제부지사에게 이양해 경제부지사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조직개편이 추진됐다. 문제는 새로 출범한 11대 경기도의회에서 주도적으로 논의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대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이루어졌다.

야당 입장에서 국민의힘은 이 부분에 거세게 항의했고 의장으로서 동의했다. 당시 집행부를 질타했고 이후 1차 추경은 그래도 순조롭게 진행이 됐다. 문제는 약 두 달 정도 늦어진 2차 추경이었다.

Q. 2차 추경, 어떤 상황이었나?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IMF와 버금가는 경제 위기였다. 2차 추경의 필요성이 시급하게 대두됐던 시기였지만 문제는 재원이었다. 경제부총리까지 경험한 김동연 지사의 집행부는 가져올 수 있는 재원을 총동원했다. 서민과 중산층의 버팀목, 디딤돌이 돼줘야 하는 비상 시기로 재정안정화 기금에서 약 9천억 정도를 가져왔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경제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재정도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재정안정화 기금은 재난기금도 포함돼 있어 아주 극적인 위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이에 대한 적법성과 조례 합당성에 대한 이의 제기였다. 논쟁은 예상보다 상당히 길었고 약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사이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Q. 2차 추경이 타결될 수 있었던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그것은 경제였다. 집행부는 야당 입장이 설득력이 있다는 점을 일정 부분 인정했고 야당에서도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동의했다. 거기에 의장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 양당 대표님들 앞에서 머리를 좀 조아렸다. 2차 추경의 어려움으로 도민들한테 본회의장에서 2번 공개적으로 사과를 드렸는데 더 이상 사과를 드릴 수는 없었다.

원구성이 늦어진 상황에서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 추경까지 늦춰진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간절한 중재로 여·야가 동의하기 시작했고 한 발씩 물러나면서 타결이 됐다. 약 2달간의 극심한 대립과 갈등의 경험은 아이러니컬하게 2023년도 본예산 할 때 굉장한 약이 되고 반면교사가 됐던 시간이었다.

Q. 2023년도 본예산 통과, 대부분 어렵다고 예상했는데?

2023년도 본예산에 들어가며 많은 언론에서 준예산 사태를 예측했다. 2차 추경을 거울삼아 여·야가 법정 기간만은 지키자는 원칙과 합의가 있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양당 예결위원회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타결이 좀처럼 되지 않았다. 그때 의장으로서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의장실은 5층이었고 11층은 민주당, 12층은 국민의힘 교섭단체 사무실이었다. 거기를 얼마나 오르락내리락하며 중재했는지 그 기억이 또렷하다. 흔히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밤새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당시 156명 의원들 모두가 밤을 새운 경우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단 1명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타결을 고대하는 모습에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

당시 국회도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모든 의원들이 국회보다는 먼저 해내자는 마음가짐들이 서로 있었다는 것을 목도했다. 양당 대표와 예결위원회를 설득하기 시작했고 법정기간을 몇 시간 지났지만 차수 변경을 하며 새벽을 넘어 오전에 극적으로 합의를 했다. 그때 기억은 정말 오래갈 것 같다.

Q. 중재자 역할, 어떤 원칙을 갖고 있나?

굳이 찾는다면 2가지다. 하나는 중재자 입장에서 진심이 통했다. 양당 대표께 먼저 말씀을 드렸다. 의장이 중재를 하고 양당 대표와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집행부가 함께할 때 거짓은 통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만을 이야기하자.

의장의 중재가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 진정성이 담겨 있는 것인가 또 여당이 야당을 정말 존중해 주는 것인가에 대한 믿음을 줘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정말 진솔하고 진심 어린 설득을 해야만 했다. 때에 따라서는 읍소를 해야 했다.

또 하나의 대원칙은 경기도민이다. 우리가 반드시 협치를 실행해야 되는 상황에서 양당이 모든 것을 얻기 위해 싸우다가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건 좀 아니라는 걸 양당이 공감했다. 이런 2가지 포인트를 중재자 입장에서 말씀드렸고 양당에서 받아들이면서 협치의 계기가 됐다.

Q. 사보임 문제로 행정감사가 파행이 됐다?

우선 사보임 문제는 법정까지 가서 마무리가 됐다. 당시 경기도의회의 절차와 과정을 통해 본회의에서 사보임이 가결이 된 후 사보임 된 의원들께서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일단 의장으로서 그 심정을 알 수 있었지만 의회에서 절차에 따라 의결된 것은 당연히 존중돼야 했다. 그 여파로 역사상 초유의 행정사무감사 파행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경기도의회의 의원이 선출직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본연의 임무와 책무는 행정사무감사다. 어떠한 이유로도 행정사무감사를 못했다는 건 도민들께서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본회의장에서 1400만 도민께 머리 숙여 사과드렸지만 당시 항의도 많이 받았고 정말 힘들었다.

절차와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였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국민의힘 당내 문제가 있었다. 의장으로서 특정 정당의 당내 문제에 관여하기는 대단히 어려웠다. 이건 협치와는 다른 문제다.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자칫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중재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사법부의 판단 이후 당사자 의원들도 결국 동의를 해준 상황이었다.

Q. 11대 경기도의회 전반기, 최초로 추진한 것들이 많다?

경기도의회는 자타 공인 전국 최대 광역의회다. 156명의 의원들이 있고 양당 교섭단체 체제가 국회와 걸맞게 아주 확고하게 잘 자리매김해 있다. 그 힘으로 17개 광역의회 더 나아가 전국 지방의회를 대표해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지난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상당 부분 변화가 있었다. 인사권이 독립되고 정책지원관 제도가 도입됐지만 지방의회를 옥죄는 바람직하지 않은 법들이 존재했다. 인사권 독립에 뒷받침돼야 할 조직권과 예산권, 독립된 기관의 감사권조차 여전히 없었다. 또 전문위원 정수, 중간 직제 3급 등 효율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는 여러 가지 제도들이 많았다.

행정안전부에 직접 또는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차원에서 끊임없는 개정 요구와 건의문을 올렸다. 또 대통령직속 중앙지방협력회의에도 수차례 건의를 했다. 그런 과정에서 실질적이고 선도적인 체제를 한번 구축해 보자는 뜻을 모아 다양한 최초의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다.

10대 전반기 시작됐던 의정정책추진단을 완성하기 위해 31개 시·군과 정책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또 도의회 내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국회, 법제처와 최초 협약을 했다.
 
또 지방의회 맏형으로서 국회와 불가피하게 교류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거점이 필요했다. 전국 최초로 경기도 서울사무소를 여의도에 두며 국회 입법 동향과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대한 전국 지방의회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 대표로 국회에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했다.

또 정책지원관 평가에 대해 정립이 되어 있지 않았다. 행안부에 수차례 공문을 주고받으며 의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또 전국 최초로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발족을 해서 다양한 현안을 받아 전달하는 노력들이 아마 최초라는 단어에 포함된 것 같다.

Q. 국회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국민의 한사람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국회에는 국회법이 존재하지만 모든 것이 법으로만 재단되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최근 정치는 존중과 신뢰가 없다. 꼬인 실타래를 풀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 보니 극한 대립이 지금까지 되는 것 같다.
 
11대 경기도의회는 작은 회의규칙 하나에 대한 논쟁에서 한쪽이 과감하게 내려놓는 과정이 결국 협치의 기폭제가 된 단적인 좋은 예가 있다. 또 원구성이나 극심한 대립이 있었던 2차 추경 등 양당 의원들의 어떤 질책을 받아 가면서까지 결단을 내렸던 대표단의 대의는 협치라는 가장 큰 명제가 있었다. 이 모습을 국회에서도 배워야 한다.

지방정치도 정당공천을 통해 이루어진다. 바로 책임정치를 하라는 뜻이다. 그래도 경기도의회는 책임정치가 작동을 하고 있다는 걸 국회에 말씀드리고 싶다. 국회도 좀 더 멋진 모습, 바람직한 모습으로 국민들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Q. 후반기 경기도의회 의장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전반기 2년을 의장으로서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것을 외부로 드러내기가 어려웠다. 의장은 힘들어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없고 괴롭다고 의원들한테 인상 하나 쓸 수도 없다. 속은 새까맣게 탔지만 여러 과정을 통해 정말 조금씩 밀고 나가 협치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

전반기에 시즌 1과 시즌 2의 협치의 모델을 만들었다면 새로운 경기도의회 김진경 의장님을 중심으로 양당이 멋진 협치의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마 의장님 또한 나름의 고민과 본인의 철학이 계실 거다. 정말 중요한 중재자 역할을 잘해줄 거라 믿는다.

한발 더 나아가 그동안 협치의 틀은 만들었지만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있다. 새로운 의장님과 양당 대표들께서 서로 손을 잡고 협치의 결실을 맺어주길 소망하고 기대하며 성원의 박수를 보낸다.

Q. 마지막으로 경기도민께 한마디 한다면?
 

우리 도민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온다.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도민들께서 11대 경기도의회를 만들어주셨고 요구하셨던 말씀 잊지 않고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협치라는 모습은 일정 부분 보여드렸지만 결과물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후반기는 희망과 가능성을 본다.

사과의 말씀을 드리자면 경기도의회 청렴도가 최하위를 받았다. 혁신하고 개혁해 내자 노력했던 부분은 있지만 도민들에게 죄송한 말씀을 드리고 싶다. 11대 경기도의회 전반기는 도민들에게 실망도 드렸지만 희망도 드렸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후반기에는 더 큰 희망을 도민들에게 드릴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 평의원으로서 헌신적으로 도민을 바라보고 역할을 다해 의정활동을 해나가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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