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반등에도 추락하는 비트코인…이유는?

이지영2 기자 2024. 8.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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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코인 상승 촉매제 고갈…시기 좋지 않아"
'모건스탠리발 자금 유입'이 기대 요소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6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에 설치된 태블릿에 비트코인 가격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미증시의 경기 침체 우려 완화에도 비트코인이 3% 이상 급락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한때 5만6000선달러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비트코인 5만7000달러가 붕괴한 것은 지난 8월8일 이후 처음이다. 2024.08.1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비트코인이 매크로(거시 경제) 호재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최근 커플링(동조화) 움직임을 보였던 뉴욕증시가 경기침체 우려 완화로 반등한 가운데 홀로 추락한 것이다. 특정 이벤트나 수급 영향이 없는 상황 속 하락이란 점에서 단기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미국 소비 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79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가상자산 가격 상승을 제한했던 경기침체 공포가 완화됐다는 신호에도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1% 상승한 7097억달러(967조원)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인 0.4% 증가를 크게 웃돈 수치다. 또 미국의 전월 대비 소매판매 증가율이 0%대를 벗어난 것은 지난 202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소매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의 약 3분의1, 실물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한다. 전체 소비 중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통계란 점에서 미국 경제의 종합적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가상자산 투자자를 들뜨게 한 재료는 미국 소비가 탄탄한 것뿐만이 아니다. 앞서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모두 예상치를 하회하며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운 것이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금리 방향성에 따라 들썩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투자자 예상과 달리 이번 호재는 증시에만 반영됐다. 경기 침체 우려 해소로 투심에 불이 붙은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는 전날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가상자산 시장과 엇갈린 움직임이다.

월가 "코인 호재 고갈…당분간 하락 추세"

월가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이 예상을 비껴간 배경으로 상승 촉매제 고갈을 꼽았다. 마운트곡스와 독일 정부의 매도세 등 공급 압박을 이겨낸 시점에서 반등을 이끌 강한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월가 투자분석기관 울프 리서치는 15일(현지시간) 고객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비트코인의 상승 촉매제가 고갈된 상황"이라며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의 상관관계도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이후 비트코인은 6% 이상 하락한 반면에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8% 상승했다.

가상자산 시장 분석 업체 10x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이 거시 경제 호재에도 5만~6만달러 사이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며 "시장에는 여전히 수익 기회가 있지만, 현재 시기가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뚜렷한 약세 요인이 부재한 만큼 당분간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잇따른다. 앞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유입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했던 시기가 지난 만큼 반전을 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울프 리서치는 서한에서 "인공지능(AI)처럼 비트코인을 둘러쌌던 투자 열기도 갈수록 식을 것"이라며 "상승 촉매제가 부족한 만큼 하락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어 "최고점을 경신하기 전에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추가 하락을 시사하는 지표들도 나오고 있다. 중국 내 스테이블코인 수요 급감이 대표적이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는 시장 분위기를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많으면 강세장이, 적으면 약세장이 각각 도래했음을 암시한다.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무기한 선물 시장의 롱 포지션(강세 베팅)도 최근 크게 감소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상승에 베팅하는 수요도 덩달아 준 것이다. 비트코인 무기한 선물시장의 레버리지 수요는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 역할을 한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16일(현지시간) OKX데이터를 인용하며 "테더(USDT) 중국 위안화 프리미엄 감소에 비트코인 선물시장 롱포지션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비트코인의 6만2000달러 회복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테더는 점유율 1위 스테이블코인이다.

"모건스탠리발 호재로 기관 자금 유입될 것"

다만 기대 요소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모건스탠리발(發)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반등을 이끌 수 있다는 관측이 맞선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 2일 대형 월가 은행 중 처음으로 재정 자문인(wealth advisor)에 비트코인 현물 ETF 매수 권유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재정 자문인은 약 1만5000명이다. 이들은 지난 7일부터 자격을 갖춘 고객을 대상으로 블랙록 IBIT, 피델리티 FBTC 매수 권유를 할 수 있게 됐다.

앤드류 캉 메커니즘캐피털 공동 설립자는 지난 6일(현지시간) X를 통해 "거시적 불확실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최근 모건스탠리 재정 자문인이 비트코인 현물 ETF 매수를 권유할 수 있게된 점은 새로운 호재"라며 "재정자문인들이 충분한 인센티브를 받는다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급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진 청 바이비트 기관 비즈니스 담당자도 지난 5일(현지시간) 한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최근 모건스탠리발 호재로 기관 채택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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