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6일째 열대야, 117년 만에 최장
잠 못 드는 서울의 뜨거운 밤이 신기록을 썼다. 16일 서울은 ‘26일 연속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로 지난 118년 중 최장 열대야를 기록했다.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2018년의 26일과 동률이다. 기상 기록 순위를 매길 때는 최근 기록을 상위에 두고 있어, 올해 열대야가 ‘기상관측 이래 가장 긴 열대야’로 기록됐다.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것은 1907년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앞으로 최소 7일간은 서울의 밤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이변이 없는 한 매일 새로운 기록을 써갈 전망이다.
이날 다른 도시에서도 최장 열대야 1, 2위 기록이 나왔다. 부산에서는 이날 새벽까지 ‘22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기존 최장 기록은 1994년과 2018년의 21일이었다. 인천에서도 24일 동안 열대야가 나타나 2018년(26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다른 지역도 뜨거운 밤이 계속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15일째 열대야를 겪었고, 제주는 32일 연속 열대야를 겪고 있다.
올해 열대야는 열대야 기준선(25도)보다 2도가량 높은 고온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8년에는 이맘때쯤 서울 등에서 열대야 행진이 중단됐지만, 올해는 강도가 더 세지면서 며칠 더 지속될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특히 최근 들어서는 태백산맥을 넘어 부는 ‘뜨거운 동풍’의 영향으로 수도권 등 서쪽 지역의 기온이 더 높다. 이 바람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대구는 근 일주일 새 밤 기온이 23~24도까지 떨어지며 열대야가 멈췄다. 반면 16일 새벽 서울 등 수도권의 기상관측 지점에서는 최저기온 27도 안팎의 기록이 쏟아졌다. 서울 동대문 27.2도, 강서 27.1도, 강남 27.1도를 기록했다. 인천은 27.5도, 경기도는 군포 27.2도, 안양 27.1도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밤 습도가 80% 안팎으로 낮(50~70%대)보다 높아, 밤의 체감 온도는 더 올라간다. 낮에는 강한 햇볕으로 기온이 올라가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최대 수증기 용량이 커지면서 습도 수치도 낮아진다. 반대로 밤에는 낮보다 기온은 떨어져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최대 수증기 용량 자체가 작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습도가 높게 나타난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증발되지 않아 같은 온도라도 더 덥게 느껴진다. 습도가 55%에서 10%포인트 오를 때마다 체감 온도가 1도 올라간다.
올해는 잦은 소나기와 대기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중 한증막’이 열과 습기를 가둬두고 있어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전국 총 열대야 일수는 15.4일로 평년(5.5일)의 약 3배. 2018년 기록(14.6일)보다도 많다. 8월 평균 최저기온 역시 24.5도로 평년(22.5도)보다 2도나 높게 나타난다. 8월 평균 습도도 78%로 2018년 8월(73%)에 비해 높다.
예년에는 대개 광복절(8월 15일)을 기점으로 끊겼던 열대야가 올해는 지역에 따라 8월 말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서울 최저기온이 25~27도로 예보되고 있어 매일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울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17~23일 서울 최저기온은 26~27도로 예보됐다. 24일 이후로도 최저기온이 열대야 기준인 25도로 예보돼 있어 최악의 경우 앞으로 열흘까지도 열대야가 이어질 수 있다.
17일은 수도권·전라 5~60㎜, 강원 내륙·충청·경상에 5~40㎜의 소나기가 예보됐다. 18일은 수도권·강원·전라 5~60㎜, 충청 5~40㎜의 비가 올 전망이다. 17~18일 낮 최고기온은 29~35도까지 올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이 지속될 예정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충북 영동 농로서 50대 남녀 숨진 채 발견...경찰 수사 착수
- 與의총서 '당원 게시판 논란'... 친윤 "당무감사 필요" 친한 "경찰 수사 중" 갑론을박
- 의료사고 심의위 만든다... 필수의료는 중과실만 처벌토록
- 韓총리 “67학번인데도 입시 기억 생생… 수험생 여러분 고생 많으셨다”
- IT회사까지 차려 4조원대 도박 사이트 운영한 일당 적발
- 수능 영어, 작년보다 쉬워... EBS 교재서 많이 나왔다
- “마약 투약 자수” 김나정, 필로폰 양성 반응 나왔다
- “감사 전합니다”...총리실, 칠곡 할머니 래퍼들 부른 사연
- 도로석으로 쓴 돌덩이, 알고보니 현존 최고 ‘십계명 석판’
- “타인에 노출되는 것 두렵다”... 성인 5명 중 1명 심한 사회불안 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