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박·밀정 감별… 21세기 민주당의 민낯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이 16일 “민주당은 다른 목소리를 억누른 단합이 아닌 다양함이 살아있는 단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전 대표 강성 지지자에게 ‘고밀정’(고민정과 밀정의 합성어)이라고 공격을 받아온 그가 최고위원 임기 마지막 당 지도부 회의에서 한 말이다. 회의를 생중계하는 당 공식 유튜브 채팅창은 고 의원 욕으로 도배됐다. 매번 그랬다.
수박은 겉은 푸른데 속은 붉다. 공교롭게 수박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상징색과 같다. 개딸들은 비명(비이재명)계 민주당 의원들을 ‘국민의힘 첩자’로 여겨 수박이라고 부른다. ‘수박 당도(1~5) 감별법’까지 나와 있다. 고 의원 당도는 2다. 이재명 전 대표는 0이다. 개딸들의 공격을 보면 고 의원 당도가 4~5일 법도 하지만 진짜 4~5로 분류된 21대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총선 때 쫓겨났다. 고 의원은 당도 2라서 그나마 살아남은 것이다.
개딸들의 수박 감별에 논리적 이유, 민주적 원리는 없다. 이 전 대표와 의견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수박일 뿐이다. 수박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개딸들은 지역구 행사에 찾아가 욕설을 퍼붓고, 집까지 쫓아가 스토킹까지 한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는 “수박은 검찰 등 공안기관들이 ‘겉은 우파인 것 같지만 사실은 좌파인 공안사범’을 일컫는 용어였다”며 “이들이 수사 대상자들을 수박으로 몰던 걸 반대로 (개딸들이) 하고 있다”고 했다.
1970년대 손 교수가 직접 당해본 ‘너 수박이지?’ 식 공안 수사와 개딸들의 행태가 닮았다는 말이다. 자유당 정권 시절 ‘빨갱이 사냥’으로 위세를 떨치고, ‘공산주의 ABC’라는 책까지 써낸 공안검사 오제도는 1949년 당시 국회부의장 등 현직 의원들을 ‘남로당 프락치’라며 구속했다. 나중에 그는 “증거는 없었다”면서 “중요한 건 그들의 주장이 공산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고 했다. ‘내가 빨갱이라면 빨갱이’라는 식이다.
민주화 시대 민주당에서 재연되는 수박 몰이는 공안기관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의 열렬 지지자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감별법’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고 의원의 마지막 최고위 발언이 마치 독재정권 시절 공안기관에 이유 없이 빨갱이로 몰린 자들의 절규처럼 들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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