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3자특검 수용 가능” 한동훈 “제보공작 추가해야”

김효성.윤지원.강보현 2024. 8. 1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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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순직 해병 특검법’ 공방
순직 해병 특검법안은 두 차례 폐기됐다. ‘거야(巨野)의 일방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재표결에서 부결’을 반복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언급한 방식을 수용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10일 이내’란 단서를 달면서다. 한 대표가 “민주당이 갈팡질팡한다”고 반박했다. 둘의 간격은 좁아지지 않았다.

먼저 손을 내미는 듯한 건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다. 그는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한 대표가 언급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순직 해병 특검법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직 해병의 억울함을 풀고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면 제3자 특검법 관련한 협의를 못 할 게 없다”며 “한 대표가 결단해서 법안을 내놓는다면 협의 과정을 통해 정기국회 이전에 특검법이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9월 정기국회 시작 전인) 다음 주 금요일(23일)까지 혹은 열흘 안에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앞서 한 대표는 6월 23일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친윤계의 반발에도, “국민이 가진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며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의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직무대행의 발언은 이걸 파고든 것이다. 한 대표의 추천 방식을 받아들일 테니 이달 중 순직 해병 특검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는 얘기다. 친명계 인사는 이와 관련, “8·18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 결정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특검법안을 두고 친윤·친한계 간 갈라치기를 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한 대표는 곧장 뿌리쳤다. 그는 박 직무대행 발언 1시간30분 만에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은 위헌적 특검법이 저지되자마자 더욱 위헌성이 강해진 특검법을 제출했다”며 “그러면서도 오늘은 ‘국민의힘이 제시하는 특검법을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행보를 보인다”고 받아쳤다. 이어 “그동안 저는 일관되게 대법원장이 선정하고 무소불위적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제대로 된 특검법을 내자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했다. 위헌 요소가 특검 추천 방식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한 대표는 이어 “최근 드러난 제보공작 의혹까지 수사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당 안팎 의견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수사 범위도 다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보공작 의혹이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신고한 김규현 변호사가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에 민주당과 사전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한 대표가 맞불을 놓은 셈이다.

순직 해병 특검법안은 21대 국회부터 16일 현재까지 세 차례 발의됐다. 앞선 두 차례는 민주당 등이 단독 의결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그에 따른 재표결을 거치며 모두 폐기됐다. 민주당이 8일 발의한 세 번째 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발의가 반복될수록 더 국민의힘이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는 평가다. 세 번째 법안에 김건희 여사를 수사 대상으로 적시한 게 그 예다. 이번에 낸 법안을 야당이 다시 밀어붙여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더라도 윤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순직 해병 특검법을 정치적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친한계 재선 의원은 “지금 해야 할 일은 공수처의 외압 의혹 관련 수사발표를 지켜본 뒤 미진한 부분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일”이라며 “민주당의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의원도 “만약 민주당이 제3자 특검법을 원하면 발의를 먼저 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다만 제3자 특검법에 반대해왔던 친윤계에게선 미묘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윤계 중진 의원은 “애초 당 방침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여론을 살핀 뒤 특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었는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꺼내면서 대응 기조가 흐트러졌다”며 “관련 여파는 한 대표가 오롯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했다.

김효성·윤지원·강보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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