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한의 소년문고] 미지의 바다 한가운데, 선과 악을 좇는 모험
영국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Treasure Island, 1883)만큼 오래도록 큰 인기를 누려온 작품은 문학사 전부를 통틀어도 흔하지 않다. 작가가 의붓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쓰기 시작한 이 이야기는 전설적인 해적의 보물, 선상 반란, 그리고 대양을 무대로 벌어지는 모험을 소재 삼아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으며 후대의 수많은 이야기들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보물섬’의 여러 매력 중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로 독자들의 뇌리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인상적인 등장인물들을 꼽을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인물은 역시 배의 요리사이자 해적들의 두목인 외다리 실버일 것이다. 통솔력이 뛰어나고 교활하며,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데 능한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적인 악당이다. 실버 외에도 짐의 가족이 운영하는 여인숙에 묵는 베일에 싸인 선장이나 그에게 소름 끼치는 검은 딱지를 건네는 맹인 퓨, 그리고 피에 굶주린 해적 핸즈와 같이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들까지도 개성 넘치는 성격 덕에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그러니 ‘보물섬’을 읽는 행위는 이렇게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과 더불어 미지의 바다를 모험하는 경험과도 흡사하다. 작중에서 항해를 앞둔 짐은 “내 마음은 바다에 대한 꿈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낯선 섬들과 모험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설레었다”고 고백하는데, 이는 이야기를 향한 독자의 기대를 그대로 대변하는 것일 터다. 여기에 해적들이 자행하는 폭력과 그에 따르는 위험을 가감 없이 묘사하는 스티븐슨의 뛰어난 솜씨가 더해지니, 독자로선 이야기에 한껏 몰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저 재미있는 읽을거리로만 그쳤다면 이 이야기의 수명은 그리 길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보물섬’의 진가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가운데서도 선과 악, 탐욕, 그리고 배신과 같은 인간사의 보편적 주제를 능란하게 다뤄낸 데 있다. 이는 애초 “소년들을 위한 이야기”로 창작되었던 이 작품이 140여 년 동안 세월의 시험을 견디고 살아남아 마침내 노소동락(老少同樂)의 고전으로 널리 인정받게 된 원동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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