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잠깐이지만… 서핑은 인생의 ‘숨 쉴 구멍’
“기다리고, 시도하고, 실패하는 시간을 다 합치면 파도 위에 있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해요. 그래도 파도를 잡으면 너무 짜릿한 걸요! 그 순간엔 모든 고민을 잊어요.”
남해에서 작은 서점 두 곳을 운영하는 책방 주인 박수진(35)씨는 서핑에 대한 열정으로 남해에 꼭 붙들려 있다. 이달 초 펴낸 에세이 ‘서핑, 별게 다 행복’(샘터)은 3년 차 서퍼의 열정 어린 서핑 기록이자 남해살이를 비로소 즐기기 시작한 이의 설레는 일기 같다. “서핑하는 걸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는데, 그동안 서핑하기 바빠서(웃음)….”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작가는 지친 몸을 이끌고 남해를 찾았다. 비수기의 한적한 바다가 긴 여운을 남겼다. 퇴사 후 강원 속초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 일을 하면서도 휴가는 남해로 왔다. ‘반년 살이’가 ‘일년 살이’가 됐고, 남해에 머무는 기간은 기약 없이 늘어졌다. 올해로 남해에 머문 지 8년째다.
2018년 3월부터는 책방을 열었다. 위기는 5년 차에 찾아왔다. “코로나도 겹치고 매출이 너무 안 좋아서 가게를 내놨어요.” 계약 마지막 단계에 양도가 무산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때 서핑을 시작했어요. 서핑 아니었으면 그냥 떠났을 것 같아요.”
파도를 타면서 남해에 대한 미련을 확인했고, 이는 재계약으로 이어졌다. 서핑에 매진하기 위해 송정솔바람해변 근처에 작업실 겸 두 번째 책방을 열었다. 기존 책방은 ‘하루 책방지기’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바꿨다. 그에게 서핑은 ‘숨 쉴 구멍’이 돼주었다. “우여곡절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가능하면 오래오래 이곳에 머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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