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시아 공항 ‘3독립’ 경쟁…공항 시설 확충, 공역 활용성 높여 대비해야

2024. 8. 1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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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수요 확대에도 2독립(2개의 독립 활주 공간) 체계인 인천국제공항. [뉴스1]
세계의 하늘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넓디넓은 하늘을 두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하늘길은 포화상태다. 그런데 항공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기관들의 예측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 수요는 2042년까지 연평균 4.1%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권은 연평균 5.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항공기가 다니는 항공로의 혼잡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도로로 치면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지·정체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혼잡한 상황을 개선하려면 크게 두 가지 측면을 개선해야 한다. 우선 밀려드는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는 공항 시설 확충이다. 아시아권 항공 수요를 촉발한 일본과 중국은 밀려드는 항공기를 수용하기 위해 이미 시설 확충 경쟁이 한창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상하이 푸동공항, 일본 나리타공항은 2030년 1억 명 수용을 목표로 ‘3독립’(3개의 독립된 활주 공간) 활주로를 건설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3독립 체계는 3대의 비행기가 동시에 이·착륙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여전히 ‘2독립’ 체계다. 각 독립 활주 공간에 2개의 활주로를 갖춘 ‘2독립 2근접’의 4본 체계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항공 수요를 충족하고, 공항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천공항도 3독립 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선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항공로 즉, 공역(空域·항공기가 다닐 수 있는 지구 표면상의 구역과 고도) 운용의 효율화다. 공항 시설을 아무리 잘 갖춘다고 해도 항공기가 원활히 다닐 수 없다면 이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수도권 북쪽 공역은 ‘군사분계선’이, 남쪽 공역은 ‘군 공역(MOA)’이 자리하고 있어 애초에 공역 폭이 좁은데 공역 운영 주체도 민간과 군으로 이원화돼 있다. 항공기 입출항에 필요한 계기 절차 수립이 어렵다는 얘기다. 항공로 설정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다.

협소하고 제한된 공역은 공항의 활용도와 확장성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다.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미래 수요 대응 및 항공물류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군 간 ‘탄력적 공역 사용 협조 체계 구축’(FUA·Flexible Use of Airspace)과 국가 공역 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20년간 다양한 기종과 수많은 대형 공항을 운항한 경험이 있다. 또 그 공항의 발전과 국가 경제력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공항 수용량이 부족하면, 취항하는 항공사가 영업 효율성을 확보하지 못해 손실을 보게 되고, 승객도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항공기 운항 환경 등을 고려하면 글로벌 경쟁력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공항 건설 특성상 계획부터 완공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공항 시설 확충 등을 적기에 진행하지 못하면 국제 경쟁력 우위 확보는 물론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게 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적인 공항 확장 계획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실행해 세계 항공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충섭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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