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치원부터 레슬링 꿈나무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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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파리 올림픽이 남긴 것
2024 파리 올림픽에선 한· 중·일 동북아 3국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은 금 40개(은 27·동 24)로 미국(금 40·은 44·동 42)과 금메달 수가 같았지만 은·동에서 밀려 종합 순위 2위에 올랐다. 일본은 금 20개(은 12·동 13)로 2020 도쿄 대회에 이어 연속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금 13개로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를 기록하며 8위에 자리했다.
중국은 다이빙(금 8개), 탁구(금 5개), 아티스틱 스위밍(금 2개)에 걸린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사격과 역도에서도 각각 금 5개를 수확했다. 판잔러가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세계신기록(46초40)으로 우승한 것, 여자 테니스 정친원이 아시아 국가 최초로 올림픽 테니스 단식 챔피언에 오른 것도 중국 스포츠의 힘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일본의 약진은 더 인상적이다. 일본은 이번 대회 금메달 20개를 목표로 했고, 정확히 숫자를 채웠다. 그만큼 과학적이고 꼼꼼하게 자국 선수와 상대 선수의 전력을 분석했다는 뜻이다. 한국이 당초 목표(금 5개, 종합 15위)를 크게 벗어난 것과 대비된다.
일본은 ‘신흥 효자종목’ 레슬링에서 전체 금메달의 40%인 8개를 휩쓸었다. 특히 여자부에서 4개의 금을 수확했는데,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올림픽 종목에 포함된 여자 레슬링을 일찌감치 전략종목으로 점찍고 유치원에서부터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키워낸 게 주효했다. 특히 선수들의 멘탈 관리에 신경을 썼다. 대표팀 차원에서 지원할 뿐만 아니라 선수 개인이 멘탈 코치를 고용해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멘탈 기법을 전수받았다.
일본은 체조·육상 등 기초종목에서도 선전했다. 남자체조 오카 신노스케가 개인종합에서 1위에 올라 일본의 이 종목 4연속 금메달 기록을 이어갔다. 창던지기 기타구치 하루카는 일본 올림픽 사상 첫 육상(트랙·필드) 여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일본은 ‘젊은 스포츠’ 스케이트보드와 브레이킹에서도 눈부셨다. 스케이트보드에서 도쿄 대회(금 3·은 1)에 이어 금 2, 은 2개를 획득했다. 정식종목으로 첫 선을 보인 브레이킹에서도 유아사 아미가 여자부 금메달을 가져갔다.
일본은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한국에 추월을 당하자 2010년 ‘스포츠 입국 전략’ 정책을 세우고 이듬해 스포츠기본법을 만들어 5년 단위로 꼼꼼하게 경기력 강화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2015년엔 스포츠·청소년국을 스포츠청으로 격상시켜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투자했다. 일본은 2016 리우 대회부터 한국을 추월했고, 현재는 멀찌감치 앞서 달리고 있다. 이노우에 고세이 파리 올림픽 일본선수단 부단장은 “10개 종목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한 것이 긍정적이다. 지금부터 2028 LA 올림픽을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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