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임명 기관장이 아직 40%, ‘龍山 인사 적체’에 막힌 건가
윤석열 정부 임기가 곧 반환점인데도 공공기관장 314명 중 121명(39%)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21명 중 55명은 임기가 끝났는데도 후임 인선이 늦어져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경우였다. 문 전 대통령 고교 후배인 동서발전 사장과 민주당 3선 출신인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지난 3~4월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지금껏 사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공공기관 감사 자리까지 넓히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특보를 지낸 남동발전 감사, 노무현재단 출신인 동서발전 감사 등도 임기가 지났지만 교체되지 않았다.
‘문 정부 기관장’이 여전히 많은 것은 임기 막판까지 ‘알박기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임기 6개월을 남기고 기관장 59명을 무더기로 임명했다. 탈원전에 앞장섰던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은 내년까지 임기가 남았다. 윤 정부 출범 7개월이 넘도록 공공기관 간부직의 86%가 문 정부 인사였다. 그러나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공석인 기관장 자리도 채우지 못하는 것은 윤 정부 인사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총선 탈락자 기용설 등이 나왔지만 선거가 끝난 지도 5개월째다. 아무리 신중을 기한다 해도 적임자 선정과 검증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이유는 없다.
임기가 끝난 전 정권 사람들이 몇 달이 넘도록 자리를 유지하게 된 원인은 결국 어디선가 인사가 막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체증이 벌어지고 있는 진원지가 용산 대통령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를 기관장에 앉히려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역대 정권에서도 장관이나 인사추천위원회가 복수로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해 왔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선 대통령이 추천 후보들에 한번 퇴짜를 놓고 나면 한없이 후속 절차가 미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 의중을 모르는 정부 부처는 더 이상 추천을 주저하면서 시간만 마냥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면 정책 추진도 제동이 걸린다. 300곳이 넘는 공공기관 인사를 대통령이 일일이 챙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국정 전체가 대통령 한 사람 결정만 기다려도 될 정도로 한가롭고 여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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