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가는 대로 ‘쓰는 그림’ 남종화 진수…품격의 모란·매화 흐드러지다

서정민 2024. 8. 1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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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119x183.5㎝, 한지에 수묵채색·금니.
오는 8월 21일부터 9월 13일까지 서울 삼청동에 있는 이화익갤러리에서 직헌 허달재 화백의 개인전이 열린다. 1952년 전남 광주 출생인 허 화백은 남종문인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 선생의 손자로 다섯 살 때부터 할아버지께 그림 그리기와 서예를 배웠다.

사실적인 것을 추구하는 북종화와는 달리, 남종화는 필선이나 묵색으로 작가의 마음을 전달하는 등 상징적인 것을 표현하고 탐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허 화백은 “동양화의 2대 조류 중 북종화는 채색 위주의 사실적인 그림을, 남종화는 수묵담채 위주의 사의적인 그림을 그린다”며 “산을 봐도 작가의 경험과 삶에 따라 느끼는 게 다 다르니까 가을 산의 스산한 느낌, 여름 산의 무거운 맛을 그린다”고 했다.

허 화백에 따르면 또 다른 차이점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다. “북종화는 서양화처럼 본(밑그림)을 먼저 뜬 후 채색을 하는 반면, 남종화는 상대가 주는 기운에 따라 그리기 때문에 본을 뜨다보면 그것을 놓친다. 그래서 필선을 수없이 연마해서 순간에 그려야한다. 즉, 남종화는 붓글씨를 쓰듯 ‘쓰는 그림’이라 마음속 붓 가는 대로 필력에 따라 작가의 맘보가 드러나고, 그게 상대편에게 전달된다. 다만 ‘소소밀밀’, 소소하기만 해도 밀밀하기만 해도 안 된다.”

허 화백은 남종화의 맥을 잇는 한편, 동양화의 전통을 현대적 기법으로 재해석하는 독특한 화풍으로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화익갤러리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지난 2021년부터 허달재 작가의 대형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3년째 출품한 모든 작품이 아부다비 왕족 컬렉션에 소장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화왕(花王·꽃 중의 왕)’이라 불릴 만큼 크고 화려한 모란의 아름다움을 사의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중심으로 새로운 매화 작품들이 함께 어우러져 전시된다. 한 잎 한 잎 농담이 다른 색색이 한지에 곱게 스며들어 고운 모란꽃을 피워내고, 한 송이 한 송이 탐스럽게 열린 모란꽃은 일제히 폭죽처럼 터지면서 화면을 채운다. ‘매화의 대가’라는 수식어답게 꽃잎인 듯, 눈송이인 듯, 달빛의 반짝임인 듯 은은하고 따뜻하게 핀 매화들도 아름답다. 볼수록 참 편안하면서도 품격 있는 풍경들이다.

“정중동(靜中動·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채근담)의 힘이다. 시작과 끝이 같아야 하고, 강하고 약함이 있어야 하고, 굵고 가늚이 조화를 잘 이루었을 때 좋은 그림이 된다. 사람의 품격도 이와 같다. 동만 있으면 거칠고, 정만 있으면 약하다.”

기간 8월 21일~9월 13일 장소 이화익갤러리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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