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재확산에… 질병청 “위기 단계 조정없이 검역 강화”
질병청 “엠폭스, 검역감염병으로 재지정”
세계보건기구(WHO)가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에 대해 1년 3개월 만에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재선언한 가운데 방역당국은 “별도의 위기경보 단계 조정 없이 검역 등 방역 대응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16일 WHO의 엠폭스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 선포에 따른 국내 전파 가능성과 이에 따른 대응 방안 등 논의를 위한 학계·의료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험평가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민간 전문가들과 국내 유입 가능성과 대비·대응 체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한 결과 국내에서 현재의 방역과 일반 의료체계에서 지속적인 감시 및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청은 현재 미국, 영국 등 국가들도 변이 바이러스 중심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여행자 주의 등 중심으로 관리하며 별도 대응체계 조정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엠폭스에 대해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단계인 ‘페익’(PHEIC)을 선포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 보건 규약 긴급위원회 논의 결과를 받아들인 데 따른 조치다.
중서부 아프리카 풍토병이던 엠폭스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세계 각국으로 확산한 바 있다. 70개국 넘게 번지자, WHO는 2022년 7월 페익을 선언했다. 그러다가 그해 하반기부터 유행이 둔화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5월 페익을 해제했다.
이번 유행은 또 다른 하위 계통의 변이 바이러스(Clade 1b)가 지난해 9월부터 번져 일어난 탓이다. 해당 바이러스는 콩고민주공화국을 거쳐 케냐, 르완다, 우간다 등 주변 국가로 확산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올해 확진 사례는 1만4479건, 사망자는 455명 등에 달한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아프리카에서 1만7000건 이상의 엠폭스 의심 사례와 517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0% 증가했다.
그동안 엠폭스는 감염된 동물과 접촉했을 때 발병한다고 알려졌으나, 2022년부터 성관계 등 사람 간 접촉으로도 전파 가능하다고 파악됐다. 발병 시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급성 발열·두통·근육통 등을 동반한다.
국내에서는 2022년 4건, 지난해 151건 발생했고 올해 들어 이달 9일까지 10건이 신고됐다. 확진자의 역학적 특성은 모두 20~40대 남성으로, 감염경로는 국내 감염 9명, 해외여행으로 인한 감염이 1명이었다.
질병청은 “엠폭스 국내 발생 및 해외 유입 등을 예방하기 위해 밀접 접촉을 삼가고 백신을 접종하는 등 예방수칙을 잘 지키도록 독려하고, 증상이 있으면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감시 및 신고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엠폭스를 검역감염병으로 재지정하고 변이 발생 지역 중심으로 검역관리지역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에티오피아 직항편 게이트에서 검역을 실시하고, 역학조사관·공중보건의를 현장 배치해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다. 에티오피아 직항편 및 주요 경유지 항공기 오수 감시를 통해 엠폭스 유입에 대한 보완적 감시도 수행한다.
질병청 측은 “엠폭스 예방을 위해 3세대 두창백신(진네오스) 3만도즈를 긴급 도입해 지난달 말 약 2만도즈를 보유하고 있다”며 “치료제 504명분을 국내 도입해 확진 환자에게 적기에 치료될 수 있도록 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영미 청장은 “모르는 사람들과의 안전하지 않은 밀접 접촉(피부·성 접촉) 등 위험 요인과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의료기관을 통해 조속히 검사받고, 고위험군은 감염예방 수칙 준수 및 예방접종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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