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미국 정치의 변화 조짐

최익재 2024. 8. 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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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재 국제선임기자
오는 11월 5일 미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후보 자리를 승계한 해리스의 지지율 상승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합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3~4%포인트 낮았던 바이든과 달리, 미시간주 등 일부 경합주에선 트럼프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바이든이 후보직을 사퇴한 이후 불과 한 달도 안 돼 만들어낸 성과다. 지지율에서 줄곧 트럼프에 밀려 고심이 깊었던 민주당의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들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해 해리스 밀어주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19일부터 나흘간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런 민주당 지지자의 힘을 최대로 결집하는 장이 될 것이다.

「 해리스, 일부 경합주 지지율 역전
내달 10일 TV 토론 승부처 될듯

워싱턴 안팎에선 해리스의 선전에 두 가지 해설을 붙이고 있다. 젊은 해리스의 등장으로 노회한 트럼프의 선거 전략이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첫째다. 해리스 캠프에 희망을 주는 분석이다. 반면 해리스 효과가 대선후보 승계로 인한 단기적인 컨벤션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TV 토론을 최대 승부처로 보고 있다. 바이든의 사퇴를 불러왔던 TV 토론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째 됐건 미국 내 여론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해리스의 선전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정치가 변칙에서 벗어나 좀 더 예측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 아래 대립과 분열의 정치를 통해 성장한 인물이다. 대통령까지 지냈던 트럼프에겐 여전히 존경, 화합, 포용의 이미지보다 사법 리스크, 부도덕한 기업인, 성추문 등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다. 그가 미국 사회의 저소득 백인층을 대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오히려 이를 악용해 극단적인 지지자를 부추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한다는 비난이 많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이런 분열의 정치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가 다시 백악관을 차지하게 되더라도 화합과 포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벌써부터 대선 패배 시 트럼프의 불복 여부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2021년 대선 결과 불복으로 발생한 ‘1·6 의회 폭동’과 같은 무법천지가 재연될 수도 있다.

현재 해리스의 급부상은 대선후보 교체라는 중대 위기를 맞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한 결과다. 해리스의 지지세가 무당층 유권자들에게 확산된다면 이번 대선의 결과는 민주당이 승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해리스에겐 적지 않은 걸림돌이 있다. 당장 정치 입문 당시 자신의 정치적 멘토였던 윌리 브라운 전 샌프란시스코 시장과의 불륜 문제 등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트럼프도 인종 등을 거론하면서 해리스에 대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 이런 트럼프의 막말 공세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트럼프의 집권 시절 경험했듯이, 그가 재선될 경우 미국의 불확실성은 분명히 커질 것이다. 강력한 이민 정책 등으로 국내에선 갈등이 심해질 것이다. 국제사회도 기존 질서를 다시 뒤엎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해 또다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북·미 정상회담 재개 등 민감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주요 동맹과 우방국들은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해리스의 당선을 은근히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다음 달 TV 토론에서 해리스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최익재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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