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김 알렉산드라의 ‘열세 걸음’
그는 세계 일주를 멈췄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의 현장들을 홀로 찾아 헤매는 어렵고도 외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홍범도 장군이 활약하던 연해주부터 사후에 한 기의 묘로 남은 카자흐스탄까지, 장군이 넘어야 했던 길들을 사진가 김동우도 따라 넘었다. 독립운동을 하다 서른셋 나이에 처형된 김 알렉산드라가 처형 직전 마지막 소원으로 우리나라 13도를 그리며 열세 걸음을 걸었던 러시아 하바롭스크의 무심한 바위 위를 김동우도 걸었다. 멕시코와 쿠바를 오가며, 애니깽 농장에서 중노동으로 번 돈을 독립운동자금으로 임시정부에 보냈던 노동자들의 후손도 만났다. 2017년 4월부터 중국·일본·러시아·네덜란드·미국·쿠바 등 전 세계 10개국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 흔적을 발로 쫓고 사진과 글로 기록해온 것이다.
2019년에 처음 전시와 책으로 발표한 작업의 제목 ‘뭉우리돌을 찾아서’의 뭉우리돌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 돌을 뜻하는 우리말로, 『백범일지』에 나온다. 일제 순사가 형무소에 투옥된 김구 선생에게 “지주가 전답에서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라고 하자, 그 말을 외려 영광으로 여긴 백범이 “오냐, 나는 죽어도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고, 살아도 뭉우리돌의 책무를 다하리라” 다짐하는 부분에 박혀있다.
희미해져 가는 역사의 기억을 기록으로 분명히 하고 있는 이 작업은, 사진가 자신이 ‘뭉우리돌 정신’이 없었다면 하기 어려웠을 일이다. 독립운동 사진가 김동우를 응원한다.
박미경 류가헌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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