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관단
최근 중국에서는 관단(摜蛋)으로 불리는 토착 카드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다. 동부 장쑤(江蘇)성 화이안(淮安)에서 유래했다. 현지 사투리로 관(摜)은 “내던지다”라는 뜻이다. 계란을 뜻하는 단(蛋)은 중국어로 폭탄 탄(彈)과 해음(諧音), 즉 뜻은 다르지만 발음이 같아 바꿔 쓰는 글자다. 4명이 둘씩 팀을 나눠 카드 2세트를 규칙에 맞춰 털어버리는 “폭탄 던지기” 게임이다.
1억4000만 애호가로 불어난 관단 열풍에 당국이 단속에 들어갔다. 베이징 당 위원회 산하의 ‘북경청년보’가 관단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지난 5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실었다. 간부를 망치는 ‘마약 폭탄(毒彈)’, 복지부동 탕핑(躺平·드러눕기) 문화의 변종, 끼리끼리 서클(圈子)만들기 온상 등 사회악으로 규정했다.
실제 베이징 공직자가 기업인과 프라이빗 클럽(會所)에 모여 관단을 즐기며 판돈으로 돈이 오간다. 12년째 청렴을 강제하는 ‘팔항규정’에 짓눌려 골프 등을 금지한 부작용이라는 푸념도 들린다.
단속 나팔에 장쑤성 기관지 신화일보(新華日報)의 SNS인 ‘장둥관차오(江東觀潮)’가 지난 8일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관단은 휴식의 한 방식일 뿐이라며, 이성·평화·관용이 있어야 건강한 사회라며 반발했다.
베이징은 당과 국영기업 간부에게 관단을 금지했다. 북경청년보 출신의 중앙기율위 핵심간부가 단속을 주도한다는 후문이다. 반면 중앙선전부는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신화일보가 반론을 펼 수 있었던 이유다. 공직자만 정밀폭격하겠다는 태세다.
관단 단속에서 일사불란함을 자랑하던 중국 집권당이 베이징과 지방 사이에 불협화음을 드러냈다. 당 간부만 겨냥한 관단 금지령도 효과가 의문시된다. 오랜 반부패 캠페인에 지친 기색도 역력하다. 줘린 여사의 브리지 휴식론이 재조명 받고 있다.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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