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포함 8종뿐…미처 몰랐던 곰 얘기
글로리아 디키 지음
방수연 옮김
알레
1950년대 아동문학에서 탄생한 곰 패딩턴은 아프리카 출신이 될 뻔했다. 작가 마이클 본드는 아프리카는 곰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가, 출판사의 지적을 받고 자료를 뒤적여 패딩턴의 고향을 남미 페루로 바꿨다. 정글에 살며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안경곰이 있는 곳이다. 다만 그 외모는 패딩턴과는 다르다. 사실 본드가 영국의 기차역을 배회하는 곰을 떠올린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피난민이 된 아이들을 보면서였다고 한다.
패딩턴이든 테디베어든 사람은 어려서부터 곰에 친밀감과 애정을 느끼며 자란다. 정작 곰의 생태에 대해 사람들이 지금만큼 알게 된 건 오랜 일이 아니다. 일례로 요즘 같으면 질겁을 할 일인데, 과거 미국의 국립공원은 쓰레기장에 곰이 몰려들자 이를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로 공개했다. 인간이 남긴 음식을 먹게 된 곰은 생태가 바뀌어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지금은 쓰레기장은커녕 탐방객이 단단한 상자 안에 음식물을 보관하는 것이 철칙. 한데 곰은 머리가 좋아 상자 여는 법을 이내 익힌단다. 열기 힘든 새 모델을 꾸준히 고안해야 하는 것은 미국흑곰이 종종 등장하는 도시 지역의 쓰레기통도 마찬가지다.
현재 지구상의 곰은 안경곰, 미국흑곰, 불곰, 느림보곰, 반달가슴곰, 태양곰, 대왕판다, 북극곰 등 모두 8종뿐. 지은이는 저널리스트답게 세계 곳곳의 현장을 찾아 곰과 더불어 사람의 이야기를, 곰의 생태와 문화사까지 흥미롭게 전한다. 푸바오의 팬들에게는 부럽게도, 중국에서는 대왕판다에게 줄 먹이로 대나무를 쪼개는 체험도 한다. 베트남의 반달가슴곰 농장도 있다. 한국인 등 웅담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곰 사육이 번성했던 지역이다.
책장을 넘길 수록 곰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된다. 특정 지역에서 자연 상태로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곰의 규모는 몇 마리인지, 장차 사람과 곰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 지를 비롯해서다. 책의 마지막은 북극곰. 녹고 있는 얼음만 아니라 회색곰(불곰의 아종)의 서식지 확장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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