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에 하루 종일 '카공족'…콘센트 사용 금지 논란도

장혜승 2024. 8. 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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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카페 찾는 취업준비생 늘어
일부 콘센트 사용 유료화에 갑론을박

연일 전국 최고체감온도가 35도 안팎에 이르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공부하는 일명 '카공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 대부분이 노트북으로 개인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 낮 최고기온 35도를 기록한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일명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폭염으로 들끓는 바깥과 달리 에어컨이 가동돼 쾌적한 카페 곳곳에서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펴놓고 공부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었다.

올여름 폭염이 연일 지속되면서 카페에 카공족이 몰리고 있다. 다만 카공족의 자리 독점에 콘센트 사용을 금지하거나 돈을 받는 카페도 생겨나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갑론을박까지 벌어지고 있다.

카공족은 대부분 20~30대다. 17일 취업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취업준비생 19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3%가 카페에서 취업 준비를 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이유로 '적당한 소음이 있어 정숙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공간보다 집중이 잘 된다' 등을 꼽았다. 독서실처럼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적당한 소음이 카공족들을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노트북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던 취업준비생 남모(27) 씨는 "독서실처럼 조용한 곳보다 공부하다 편하게 딴짓할 수 있는 카페를 선호한다"며 "대학가 근처라서 카페에 공부하는 사람이 많기도 해 더 눈치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연일 전국 최고체감온도가 35도 안팎에 이르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공부하는 일명 '카공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콘센트를 막아놓은 모습. /장혜승 기자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정모(30) 씨는 "옆에 공부하는 사람이 있어야 잘 된다"며 "책을 잔뜩 쌓아두고 공부하는 편인데 원룸에 살다 보니 넓은 책상 놓을 공간이 없어서 카페를 찾는다"고 전했다.

카공족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로 청년들의 불안한 주거환경을 꼽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22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절반에 해당하는 52.3%가 20대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평균 주거 면적은 44.4㎡(약 13평)로, 전체 가구 평균 주거 면적 68.3㎡의 65% 수준이다.

서울청년 거버넌스 플랫폼인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는 "서울시는 왜 청년문제를 스타벅스에 맡겨두고 계십니까"라는 건의를 통해 청년 주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청년 공간의 부족으로 취업준비생 등이 결국 카페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문제는 카공족이 늘면서 카페 사장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카공족은 얇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보통 가장 저렴한 메뉴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 놓고 하루 종일 카페에 머무른다. 해마다 상승하는 물가와 인건비에 전기요금까지 지출은 늘어나는데 손님 한 명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어 회전율이 떨어진다는 게 카페 사장들의 불만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41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구매한 손님에 대한 카페의 손익분기 시간은 1시간42분이다. 1명이 음료 1개를 주문하고 1시간42분 이상 카페에 머물면 업주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뜻이다.

연일 전국 최고체감온도가 35도 안팎에 이르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공부하는 일명 '카공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카페 사장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네이버 카페 갭쳐

카페 사장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동안 카공들 때문에 자리 회전 안되는 거 못본 척 넘겨왔는데 이제는 안될 것 같다", "아메리카노 하나로 4시간이 넘어가는데 인간적으로 너무하다" 등 연일 카공족을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는 장시간 머무르는 카공족을 막기 위해 콘센트를 없애거나 콘센트 사용을 유료화하는 곳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콘센트 사용 유료화는 콘센트 옆에 붙어있는 QR코드를 인식하면 결제 사이트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카페마다 다르지만 30분당 또는 시간당 990원 수준의 요금을 받는다.

테이블 7개를 둔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0) 씨는 "카공족을 막기 위해 이달부터 콘센트를 전부 없앴는데도 보조배터리와 아이패드를 들고 오거나 노트북으로 공부하는 카공족들이 꾸준히 있다"며 "매장 3시간 이용 제한을 걸어놨지만 3시간이 지났다고 쫓아낼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반면 일각에선 콘센트 사용 유료화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있다. 직장인 우모(29) 씨는 "카페를 이용하면서 콘센트 정도는 쓸 수도 있는데 (유료화하거나 막아놓는 것은) 야박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음식 배달료처럼 콘센트 유료 사용이 관행으로 자리잡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신모(32) 씨는 "영업장의 위치나 주요 이용객의 패턴에 따라 전기 사용료를 별도로 부과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합리적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음식 배달료처럼 콘센트 유료 사용이 동종업계의 관행처럼 자리잡게 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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