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저축銀 장사 못했다…충당금 압박에 하반기도 불투명
신한저축은행 제외 3곳 2분기 실적 모두 적자 전환
금융당국 충당금 적립 압박 수위 높여…하반기 적자 예상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올 상반기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4곳 저축은행 가운데 신한저축은행을 제외한 3곳은 2분기 실적이 모두 적자로 돌아섰고 신한저축은행 역시 당기순익이 줄었다. 금융당국이 실적 악화의 원인인 충당금 적립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하반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4곳은 올해 상반기 총 1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손실 규모는 373억원으로 전분기 214억의 순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크게 하락했다. 이는 소비 침체와 부동산 경기 하락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들 저축은행 4곳 가운데 신한저축은행은 유일하게 100억원대의 순익을 냈다. 신한저축은행은 상반기 12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다만 2분기 순이익은 5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1.4% 줄었다.
KB저축은행도 상반기 32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1분기 113억원의 순익을 냈지만 2분기 8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하나·우리금융저축은행은 각각 36억원, 280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나저축은행은 1분기 순이익(18억원)에서 2분기 순손실(54억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저축은행도 13억원 순이익에서 2분기 순손실 293억원을 기록했다.
4곳 저축은행 가운데 신한저축은행을 제외한 3곳은 2분기 실적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에 따른 선제적인 충당금 추가 적립 탓으로 해석된다.
실제 올 2분기 금융지주 저축은행의 순이익 감소엔 부동산 PF 대출 관련 충당금 적립액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KB저축은행은 1분기 109억원에서 2분기 241억원으로 충당금을 2배 넘게 늘렸다. 하나저축은행도 163억원에서 202억원으로, 우리금융저축은행 역시 73억원에서 344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업계에선 보수적인 영업을 해왔던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마저 적자 전환하면서 저축은행업계가 하반기에도 실적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이 5000억원대의 순손실을 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지난해 적자 규모(5758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반기에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충당금 적립을 대폭 늘려야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저축은행업계의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최근 대규모 충당금 적립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국은 향후 6개월 이내에 PF 재구조화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 아래 경·공매를 통한 PF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선 PF 재평가로 저축은행이 정리해야 할 사업장 규모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와 관련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저축은행업권에 대한 상반기 결산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PF 잠재부실 정리가 본격화하면 관련 익스포저가 많은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3개 업종은 단기적으로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3개 업종 중에서는 저축은행의 대응능력이 가장 열위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저축은행업권의 자기자본과 기적립 충당금 규모 등 손실대응능력이 과거 대비 제고된 상황이라 저축은행업권 전반으로 부실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을 고려할 때, 향후 부동산PF 재구조화와 정리로 인해 저축은행업권이 보유한 부동산 상당수 PF 사업장에서 관련 손실 인식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하반기에도 신규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시화되면서 최근 중금리대출 등 가계대출 영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중금리대출 잔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저축은행 업권의 중금리 신용대출 잔액은 2조33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8587억원) 대비 25.4% 증가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하반기에도 건전성 관려를 우선 목표로 삼고 신규대출은 보수적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경제 및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커지고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실적개선이나 건전성 관리 부담도 덜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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