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김건희는 살인자" 전현희 발언, 의도적이었다?

이철영 2024. 8.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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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고인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
선두권 정봉주 후보 "이재명 팔이" 발언 후폭풍

국민권익위원장 출신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익위 간부 사망 사건을 두고 지난 14일 "김건희가 살인자"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과 송석준 국민의힘 법사위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 국회 임시회 제1차 법제사법위원회, 검사(김영철)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전현희 "김건희는 살인자"…정국 급랭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김건희 살인자' 발언으로 후폭풍이 상당하네.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장이었어. 전 의원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간부가 숨진 일을 갑자기 언급했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을 맡았던 국장급 간부가, 정부를 비호하려는 수뇌부의 압박에 억울하게 삶을 마감했다는 취지야. 여당에서는 당장 반발이 나왔지.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권익위원장 출신인 전 의원을 향해 "본인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라며 소리쳤지. 흥분한 전 의원은 일어서서 "김건희와 윤석열이 국장을 죽인 것"이라며 "김건희는 살인자"라고 했어. 여당에서 동시에 항의가 빗발치자, 야당에서도 "300만 원 사람이 죽었다(장경태 의원)", "김건희 여사한테 딸랑딸랑하는 게 창피하지도 않느냐(서영교 의원)" 등의 반발이 나왔어.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지.

-곧바로 국민의힘에서 전 의원 제명안을 냈다지.

-국민의힘은 전 의원을 두고 "국민의 대표자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할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면서 제명 촉구 결의안을 당 소속 의원 108명 전원 명의로 제출했어. 추경호 원내대표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반인륜적 폭언"이라며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따로 냈지. 민주당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어.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고인(권익위 공무원)의 죽음을 정쟁에 활용하고 동료의원을 모욕한 송 의원은 국민과 고인께 사과하라"며 송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어. 송 의원은 분에 풀리지 않은 듯했어. 기자들과 만나서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라며 씩씩댔지. 민주당 내에서도 전 의원 발언을 두고 지나쳤다는 평이 지배적이야. 한 민주당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전 의원의 발언이 분명 과한 부분도 있었다"라고 하더라고.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전 의원의 '집토끼 잡기' 전략이라는 평도 나왔어.

권익위 간부 사망 사건으로 여야가 격한 발언을 쏟아내며 모처럼의 협치 분위기가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남윤호 기자

-안 그래도 양당 간 사이가 안 좋은데, 큰일이야.

여야 내부에서는 이대로 정국이 얼어붙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어. 구하라법, 전세사기특별법 등 이견이 적은 민생 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말이야. 범야권의 탄핵안 발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어지면서 여야 간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있는 상황이거든.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사석에서 "상임위에 들어가면 마음이 답답해서 민주당 쪽은 쳐다보기도 싫다"라고 했어. 서로를 악마화하면서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 된 거지. 당사자인 송 의원은 통화에서 "금도를 넘어섰는데 야당에서 나보고 사과하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라며 "지금 법사위에서 중요한 법안들이 많아서 처리할 게 많은데, 이렇게 서로 감정이 격화되기 시작하면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이 생긴다"라고 우려했어.

-대통령실도 전 의원 발언에 매우 불쾌해했지?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인을 애도한 뒤 "공직자의 안타까운 죽음마저 또다시 정치 공세에 활용하는 야당의 저열한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어. 정 대변인은 "민주당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국민이 뽑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가족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내뱉었다"며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해 거친 말을 쏟아낸 것은 한 인간에 대한 인권 유린이고 국민을 향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어.

대통령실은 전현희 민주당 의원 발언에 "민주당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국민이 뽑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가족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내뱉었다"며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해 거친 말을 쏟아낸 것은 한 인간에 대한 인권 유린이고 국민을 향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팩트 DB

-특히 정 대변인은 민주당의 공식적인 사과와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구하면서 "특히 막말을 내뱉은 전직 권익위원장인 전 의원은 권익위를 황폐하게 만든 일말의 책임감도 느껴지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걸핏하면 공무원들을 국회로 불러 윽박지르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공무원 연금까지 박탈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하는 등 공직사회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라고 반박했지.

-그런데 전 의원 발언이 이재명 전 대표에게 튀었다고?

-맞아.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사건이 언급됐어.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출신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는 '다섯 명의 살인자'인가"라고 비꼬았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전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는 점을 들며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에게 아양 떠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고 쏘아붙였어.

-민주당과 전 의원 반응은 어때?

-민주당도 만만치 않지. 민주당은 "국민의힘은 김 여사 이름만 나오면 염치를 망각한다"고 역공했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전 의원에게 먼저 막말로 자극했다고도 하고 있지.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송 의원이 전 의원에게 '본인부터 반성하라. 그분 죽음에 본인은 죄가 없냐'고 한 사실을 들며 "고인의 죽음을 정쟁에 활용하고 동료의원을 모욕했다"며 사과를 촉구했어.

-전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윤석열 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울 때 사방에서 죄어오는 압박은 실로 죽음과도 같았다"며 "권익위 국장이 느꼈을 공포와 심리적 압박은 위원장인 제가 겪었던 그 죽음과도 같았던 공포보다 더했을 것"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저에 대한 모욕이나 누명을 씌우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강직했던 고인의 명예를 매도하는 것은 도저히 참기가 어려웠다"고 발언의 이유를 설명했어.

-여야가 다시 격한 발언을 쏟아내며 모처럼의 협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는 아쉬움이 나와. 앞서 여야 원내수석은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었잖아. 다만 민생이 시급한 만큼 이와 무관하게 민생법안 처리는 예정대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그대로인 듯해.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팔이' 세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 계획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정봉주 발언에 민주당 지지층 '부글부글'

-민주당 전국당원대회가 막바지 레이스에 접어들었네. 상황은 어때?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연임은 사실상 확정인 것 같고, 득표율을 90% 넘기냐 마냐의 문제인 것으로 보여. 이렇다 보니 당대표 선거보다는 최고위원 경선이 더욱 주목되는 모습이야. 최고위원 주자들이 '친명'(친이재명) 일색이라는 비판이 많았잖아. 후보 간에 특징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거든. 고만고만한 후보들 사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었는데 와중에 재밌는 일이 생겼지.

-초반엔 정봉주 후보가 선두를 달렸잖아? 그런데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수석 최고위원으로 김민석 후보를 밀라는 공개 사인을 여러 차례 보내면서 순서가 뒤집혔지. 직접적 언급은 안 했지만 아무래도 정 후보가 언짢았던 모양이야. 정 후보와 친한 박원석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지난 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 후보가) 지금 이재명 전 대표의 최고위원 개입에 상당히 열이 받아 있다"라고 밝혔어. 박 전 의원은 "최고위원회의는 만장일치제다. 두고 봐라,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라는 전 후보의 발언도 전했지.

-뒷담화 논란이 거세지면서 당내 지지층에선 정 후보의 비판이 터져 나왔지. 결국 12일 현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연 정 후보는 뜬금없이 "이재명 팔이 세력을 척결하겠다"고 밝혔어. 박 전 의원의 폭로에 대해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다들 예상했는데 '명팔이 척결'이라며 격앙된 태도를 보이니 기자들 사이에선 당황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됐지. 정 후보는 "당내 최대 걸림돌이 우리 내부에 있다. 이 후보를 팔아 권력의 실세 놀이를 하는 무리들이다. 당 단합을 위해 뿌리 뽑겠다"라고 말했지.

정 후보와 친한 박원석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지난 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 후보가) 지금 이재명 전 대표의 최고위원 개입에 상당히 열이 받아 있다"라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이재명 팔이 세력이 누군지에 대해선 정확한 언급을 삼갔어. 아무래도 자신을 비판하는 당내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보여. 그런데 박 전 의원의 폭로에 대해 안 물어볼 수 없잖아? 취재진이 해당 내용을 물어봤더니 "사적인 대화다 보니까 본의가 과장되게 전해진 부분이 있다"고 답하더라고. 기자들이 다시 한번 '대화가 사실이 아니었다는 거냐'라고 물으니 "사적 대화라 본의가 과장됐다"라고 애매한 답을 내놨지. 말을 하긴 했다는 건데 살이 붙어서 과장됐다는 건지 아니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곡해됐다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모호한 말인 것 같아.

-아마도 정 후보가 언급한 이들은 친명계 대표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인 것으로 보여. 혁신회의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정 후보가 말한 '명팔이'가 혁신회의가 맞는지 공개적으로 밝혀라. 당원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했지. 강성 지지층도 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야. 정 후보는 이번 폭로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여. 과거 막말로 정치적 좌절을 꽤 겪었잖아. 이번에도 또 결정적 상황에서 입으로 타격을 입게 돼 신기하다는 의견도 있고.

-일단 정 후보가 누적 득표율에서 2위를 달리고 있지만 당원수가 많은 서울이 남겨진 데다 14%가 반영되는 대의원과 30%의 일반 국민 여론조사까지 있으니 예측 불가라는 소리도 나와. 정 후보가 과연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을지, 또 만약 지도부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재명 후보와 잘 조율할 수 있을지 주목되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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