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 쏟아내는 담배 꽁초···"담뱃갑에 경고 문구 표기를"

양진하 기자 2024. 8. 16.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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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줍인, 서울시 꽁초 수거함 모니터링
화기 엄금 구역·정류장 앞 설치 사례도
연간 8억여개 꽁초 바다로 흘러들어가
/쓰줍인
[서울경제]

담배꽁초 수거함 관리가 부실한 가운데 민간 수거함 설치·담뱃갑 경고문 표기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단체 쓰레기줍는사람들(쓰줍인)은 지난 11일 ‘2024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함께 하는 담배꽁초 쓰레기 간담회’를 통해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쓰줍인 모니터링단이 지난 5월 12일부터 6월 9일까지 서울시가 관리하는 담배꽁초 수거함과 빗물받이를 조사한 결과, 담배꽁초 수거함 119개 중 41개(35%)가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 곳에 있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화기엄금 구역, 버스 정류장, 병원, 공원 등 금연구역에 설치된 담배꽁초 수거함도 9개(7.56%)였다. 노수빈 쓰줍인 팀장은 “버스 정류장 바로 앞이나 건물 출입구 쪽과 같이 비흡연자들을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곳에 설치된 담배꽁초 수거함을 다수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 담배꽁초 수거함은 총 153개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전체 수거함 1048개 중 119개와 새로 발견한 미등록 수거함 34개가 포함됐다.

위치가 확인된 담배꽁초 수거함 119개 중 51개(43%)는 비교적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관리가 미흡한 나머지 수거함 중 6개(5%) 주변에는 30개 이상의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공사 현장과 화분 등 발화 위험 요소와 인접한 곳, 종이 쓰레기가 쌓인 곳, 쓰레기 배출 지역 등 화재가 우려되는 곳에 위치한 담배꽁초 수거함도 21개(18%) 발견됐다.

/쓰줍인

담배꽁초 수거함이 제 역할을 하려면 수거함의 형태도 중요하다. 항아리 수거함은 흡연자가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으로 인식하지 못해 활용 빈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단이 평평한 상자형 수거함은 입구 거름망 유무와 상관없이 일반 쓰레기가 쉽게 쌓이고, 열린 입구형은 담배꽁초와 일반 쓰레기가 함께 버려질 경우 화재 발생이 우려된다. 이 때문에 동작구는 담배꽁초 수거함 위에 다른 일반 쓰레기를 무단투기하지 못하게 상단이 둥근 수거함을 배치하기도 했다.

위치가 확인된 담배꽁초 수거함 119개 중 83개(69.75%) 근처에는 빗물받이가 있었다. 수거함 인근 빗물받이 내 쓰레기 현황을 살펴본 결과, 64개(77.1%)가 담배꽁초로 가득했으며 쓰레기 없이 깨끗한 빗물받이는 단 8개(9.6%)에 불과했다. 특히 대부분의 빗물받이에 거름망이 없어, 부피가 큰 쓰레기가 빗물받이 아래 가득 쌓여 있는 것이 확인됐다.

노 팀장은 “거름망이 없는 빗물받이를 들어내면 1분 내로 500여개의 담배꽁초를 주울 수 있다”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거름망이 없는 빗물받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담배꽁초 등 작은 쓰레기가 하수구를 통해 해양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담배 필터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성분으로, 해양에 유입될 경우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지난 2020년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약 8억 개 정도의 담배꽁초가 수로를 통해 바다로 버려진다. 박현지 쓰줍인 대표는 “바다로 유입된 담배꽁초는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하고, 이 미세 플라스틱은 어류와 해양 생물을 통해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1ℓ의 물에 담배꽁초 한 개를 넣으면 그 안의 해양생물 50%가 죽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안이 제시됐다.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 식당 등 자영업자들이 민간 수거함을 설치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쓰줍인 모니터링 결과 식당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한 깡통 형태의 수거함은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박 대표는 “미국도 꽁초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음식점과 카페 출입구에 자영업자 차원에서 꽁초 수거함을 설치하고 있다”며 “한국도 지자체 차원에서 민간 꽁초 수거함 설치를 지원하고 관리하자”고 제안했다.

담배꽁초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흡연자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는 점도 무단 투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담뱃갑에 ‘담배꽁초=플라스틱’ 같은 경고 문구를 표기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담배 필터를 개발하라는 촉구도 이어졌다. 오세준 흡연자인권연대(흡인연) 소속 회원은 “담배 필터를 플라스틱이 아닌 수용성·생분해 성분으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박상륜 흡인연 대표도 “담배 회사가 필터를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라며 “단가를 높이더라도 필터를 생분해성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양진하 기자 jjing@r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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