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km 달리기'가 만들어 낸 독립유공자 후손의 새 보금자리
고 이구현 애국지사 후손에게 헌정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
후손, "하늘의 복 받은 기분…정말 감사해"
"미래세대, 독립운동 역사 온전히 지켜주길"
[앵커]
지난 시간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81.5km를 달린 해비타트와 가수 션의 815런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들의 노력은 실제로 어떤 결실을 맺고 있을까요?
최근 해비타트가 독립유공자 후손 가정에 헌정한 16호 집을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충북 청주시의 한 동네.
유독 눈길을 끄는 새 집이 있습니다.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하얀색 집.
이 집은 한국해비타트가 815런을 통해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헌정한 16번째 집입니다.
16호 집의 주인공은 애국지사 이구현 선생의 손자, 이수영 어르신 부부입니다.
이구현 선생은 1919년 3.1운동 당시 청양 정산장터 만세운동에 앞장선 인물로, 일제에 체포돼 모진 고초를 당하다 결국 고문 후유증으로 순국했습니다.
숭고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가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가세는 급격히 기울 수밖에 없었고 후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수영, 유영자 / 故 이구현 애국지사 후손]
-"오일장마다 나가셔서 같이 태극기 들고 만세 부르고, 그러니 (일제에) 끌려가서 맞고, 수년을 그렇게 사셨어요."
-"만세 운동하시면서 매를 엄청 맞으셨대요. 한 70대. 그래서 앓다가 돌아가셨죠. (시아버지가) 아버님 생각하면서 맨날 울고 하니깐 (남편도) 같이 병이 들어서 한 20년 아팠어요."
한달 전 16호집에 입주한 이수영 어르신 부부는 새 집을 보며 "아직도 꿈만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외벽이 무너져 외풍이 그대로 들이닥치고 비가 오면 빗물이 새던 오래된 집은 튼튼하고 견고한 보금자리로 변모했습니다.
옛 집의 썩은 나무 서까래에선 벌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마땅한 부엌 공간이 없어 밖에서 밥을 지어야 했지만, 이젠 추위와 위생 걱정 없는 어르신들의 생활 양식에 꼭 맞는 쾌적한 집이 됐습니다.
[이수영, 유영자 / 故 이구현 애국지사 후손]
-"뜨거운 물이 안 나오고, 그냥 흙에다가 타일을 붙인 집이어서 추워서 샤워를 못했어요. 첫째 날 (새 집에서) 자는데 호텔 가서 자는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정말 호텔 같았어요."
-"하늘에서 복을 듬뿍 받은 그런 마음이 들고, 그분들이 얼마만큼 노력해서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는지, 아주 무한한 감사가 있어요."
해비타는 "후손들의 안락한 삶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며 건폐율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설계를 진행하는 등 건축 과정에서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어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피와 땀 덕분에 우리 민족 역사는 바뀌었다"며 "비영리 주거복지 NGO로서 역사정의를 바로 세워가는 일을 감사함으로 감당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종필 사무국장 /한국해비타트 충남세종지회]
"(독립유공자 후손) 어른들이 공부도 제대로 못하시고, 기회를 갖지 못하셔서 어렵게 사신 분들이 의외로 많이 계세요. 안타까운 것은 다 연세가 많으세요. 그래서 이분들이 살아 계실 때 이 일을 좀 더 많이, 더 많은 분들한테 해드리고 싶습니다."
한편, 이수영 어르신 부부는 "최근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미래 세대들이 독립 투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잊지 말고 독립운동 역사를 소중히 이어가 주길 당부했습니다.
이들은 "경제적으론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단 한 번도 할아버지의 독립운동을 원망해본 적이 없다"며 "물질 가치보다 소중한 숭고한 정신 가치를 자녀들에게도 물려주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이수영, 유영자 / 故 이구현 애국지사 후손]
-"(최근 역사관 논란을 보면) 그냥 눈물만 나더라고요. 너무 그런 게 서럽고 억울해서. 엄청 억울하죠.:"
-"양심을 속이는 사람은 잘못된 사람이에요. 3.1운동을 하신 어른들을 기억하며 자꾸 공부하고, 나라를 위해서 그렇게 고생하신 분들을 생각하면서 젊은 사람들도 열심히 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존경받고 대우 받아야 할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오히려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 놓인 오늘날,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가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울림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김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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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alethei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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