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착촌 폭력 방임하는 이스라엘 정부 공무원도 제재 추진”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6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이스라엘인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일을 두고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에서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려는 목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비난한다”며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은 거의 처벌받지 않은 채 매일 같이 서안에서 폭력을 조장하고 평화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 정부는 이런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즉시 막아야 한다”며 “폭력적인 정착촌 주민을 지원하는 사람들, 특히 몇몇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EU 제재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앞서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공격한 이스라엘 정착민을 제재한 바 있다. 이날 보렐 고위대표의 발언은 이런 폭력 행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거나, 직간접적으로 방임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도 제재 대상에 추가해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날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 서쪽의 지트 마을에선 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 수십 명이 침입해 총을 쏘고 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며 폭동을 벌였다. 이 사건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다른 한 명은 가슴에 총상을 입었다. SNS에는 마을의 차량과 주택 여러 채가 공격을 받아 불타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랍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 사무소 대변인 이날 “팔레스타인 주민을 향한 공격이 벌어지는 동안 이스라엘 보안군이 대기하고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며 “분명히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몇 년 동안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공동체를 공격하고도 처벌받지 않는 정착촌 주민에 대해 보고를 받아 왔다. 심각한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기습공격 이후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에 따르면 지난 10월7일 이후 서안에서 609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정착촌 주민이나 이스라엘군한테 살해됐다. 이 중에는 어린이 146명, 여성 8명, 장애인 4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등을 점령한 뒤 정착촌을 건설해 자국민을 이주시켰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들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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