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사드괴담 거치며 학습효과…‘세슘우럭’ 공포에도 수산물 소비 오히려 늘었다
‘세슘우럭’ 공포에 어민들 피해
괴담으로 드러나자 소비 정상화
대형마트·수산시장 수산물 판매
오염수방류 이전보다 소폭증가
광우병 3.7조, 후쿠시마 1.5조
국민혈세로 괴담피해 막지만
유포·확대·재생산 처벌은 없어
차덕호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회장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은 악몽이었다. 1년 전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수산시장 상인들은 크게 우려했다. 생계가 위협받을 위기에 놓였다.
차 회장은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하면 주요 매장 10곳의 매출이 평균 20~30% 늘어날 정도로 오염수 괴담은 단기 악재에 그쳤다”며 “지금은 경기위축 때문에 가을이후 매출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럭과 천일염은 후쿠시마 괴담의 희생양이 됐지만 국민들은 속지 않았다. 1년전 후쿠시마 원전 인근 해역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됐다. 즉각 국내에서는 세슘우럭 괴담이 퍼졌다.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 우럭이 한국 바다까지 헤엄쳐 와서 잡힐 거라는 근거없는 얘기도 퍼졌다.
천일염 괴담도 과학적 근거 없이 확산됐다. 소금값이 폭등했다. 신안 천일염 가격은 작년 한 때 3배 가량 뛰기도 했다. 소금 사재기로 대형마트 진열대가 텅텅 비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소금값은 2022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굵은소금(5kg) 소매가격은 올해 1만원에서 1만1000원 사이다. 지난해 6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사재기가 벌어지며 1만5000원대에 육박했다가 다시 2년전 가격으로 떨어진 것이다.
후쿠시마와 인근 8개 현을 제외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소폭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6월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1만5111t로 전년 동기보다 7% 증가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년의 데이터는 후쿠시마 오염수로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괴담에 대한 공포를 국민들이 이겨낸 상징적인 증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 땐 성주 특산물 참외가 괴담 소재로 사용됐다. 사드 레이더에 나오는 전자파가 참외를 썩게 만든다고 했다. 전자파에 몸이 튀겨진다는 괴담도 있었다. 괴담으로 2017년 성주 참외 매출 300억원 급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광우병 사태부터 후쿠시마 오염수까지 이어진 괴담·선동의 역사를 이제 끊을 때가 됐다”며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을 속이는 괴담, 선동은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괴담에 대한 처벌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광우병 괴담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3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에 대응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정부가 올해까지 지출하는 예산은 1조5500억 원에 달한다. 항목은 바닷물과 수산물 방사능 검사, 수산물 할인지원 등이다. 괴담과 선동이 없었다면 재정지출은 훨씬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누구도 괴담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정부 예산으로 괴담을 막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괴담도 처음엔 아주 미약하지만 근거를 갖고 출발한다. 문제는 중간에 정치권 등에서 정쟁의 도구로 삼으면서 확대·재생산되는 데 있다”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괴담으로 확인되도 책임을 묻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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