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층 보험료 더 내고...아이 한명 낳아도 더 받게 연금개혁

오경묵 기자 2024. 8. 1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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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의 모습. /뉴스1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국민연금 개혁안의 양대 핵심은 ‘세대 간 형평성’과 ‘연금 지속성’이다.

정부가 세대 간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대표적으로 검토 중인 것은 연령대별로 보험료 인상 속도를 달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데 반해, 출산율은 가장 낮다. 지금의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를 내고 많은 연금을 탈 수 있다. 반면 청년층은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도 더 적은 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받을 때쯤이면 돈이 바닥나 받지도 못할 연금을 왜 내야 하느냐”는 젊은 층 반발이 점차 거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보험료를 ‘나이 든 세대일수록 더 빨리 올리는’ 인상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까지 4%포인트 인상한다고 할 때, 장년층은 1년에 1%포인트씩 4년에 걸쳐 올리고, 청년층은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인상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도 세대별로 보험료를 달리 부과하는 사례는 없다”고 했다. 정부 일각에서도 “몇 살을 기준으로 청년층과 장년층을 나눌지 결정하기 어려울 것” “장년층으로 분류된 대상자 중에서도 연령이 낮은 가입자는 보험료는 많이 내고, 혜택은 적게 받을 수 있어 형평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장년층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영세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이 많은 50대의 보험료를 정규직이 많은 20~30대보다 더 빨리 올리는 것은 ‘세대 간 형평’은 물론 ‘계층 간 형평’에도 맞지 않다”며 “오르는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내지 않는 경우 등 연금제도 바깥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생기고, 결국 이들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기초연금이나 생계급여 등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가만히 둬도 2055년 고갈된다.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춰, 연금 지속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정부가 검토 중인 대표적 대책이 ‘자동 안정화 장치’다. 자동 안정화 장치는 출산율, 기대 수명, 경제성장률 등 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맞춰 연금 지급액이나 보험료율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저출산과 불황이 계속될 경우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낮추는 유연한 대응으로 급격한 연금 소진을 막겠다는 뜻이다.

그래픽=김현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24국이 연금제도에 자동 안정화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이 2004년 도입한 ‘거시 경제 슬라이드’가 대표적이다. 저성장·저출산과 평균 수명 증가로 연금 재정이 나빠질 경우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차감한다. 다만 도입 이후 10년간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첫 ‘자동 조정’은 2015년에야 있었다. 가장 최근의 자동 조정은 2023년이다. 일본의 공적연금은 물가 변동률을 반영해 지급되는데, 자동 안정화 장치를 통해 반영 폭이 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물가 변동률은 2.5%였으나, 자동 안정화 장치를 통해 연금 인상률은 2.2%로 조정됐다. 한 달에 연금을 200만원 받는다고 하면 월 5만원 인상에서 자동 안정화 장치로 인해 6000원이 줄어든 4만4000원 인상으로 조정된 것이다.

자동 안정화 장치는 연금 재정이 고갈될 우려를 줄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소득대체율이 높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는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또 이번 연금 개편안에 ‘출산 크레디트’ 제도의 확대를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 크레디트는 2008년 1월 도입됐다. 출산 여성의 경우 휴직 등으로 소득이 없어도 일정 기간 정부가 예산 등을 투입해 연금을 대신 내주는 제도다.

현재는 첫째 자녀에 대한 지원은 없고,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하거나 입양한 경우 혜택을 준다. 둘째는 12개월, 셋째부터는 1명 추가 때마다 18개월 등 최대 50개월까지 지원해 준다. 정부는 이를 첫째 자녀부터 12개월씩 지원하고, 기존 최장 50개월까지만 지원해 주던 ‘대납 상한선’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출산 크레디트 수급자는 총 4716명이다.

출산 크레디트 확대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을 발표하며 내놓은 방안 중 하나다. 정부는 당시 출산 크레디트가 확대될 경우 자녀 1명당 월 연금 수급액이 약 3만400원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월 6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아이 1명당 5%가량의 인상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출산 크레디트 확대는 국회에서도 대체적인 방향엔 큰 이견이 없다”고 했다.

기초연금 조정도 숙제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인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33만4810원을 지급한다. 올해 예산은 24조원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안에 기초연금을 월 40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노인 인구 증가 등을 고려하면 연간 최소 30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통합안 마련 등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금개혁 주요 키워드

출산 크레디트: 아이를 낳거나 입양한 사람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 현재는 둘째 자녀를 낳거나 입양하면 기존 가입 기간에 최대 12개월을 더해주고, 셋째부터는 자녀 1인당 18개월을 추가해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해준다.

자동 안정화 장치: 출산율, 기대 수명, 경제 성장률 등 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에 맞춰 연금 지급액과 보험료율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24국이 연금 제도에 자동 안정화 장치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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