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M엔터 시세조종’ 카카오 김범수 공소장 입수…임원들 “시세조종 발각되지 않게 사라”

김청윤,이유민 2024. 8. 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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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으로 구속기소 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공소장을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SM 시세조종 국면마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의견을 개진하고 SM 인수를 지시·승인한 정황을 공소장에 담았습니다.

공소장에는 4회에 걸친 투자심의위원회 회의와 1회의 내부 보고 등 최소 5회에 걸쳐 김 위원장이 등장합니다.

■ 김범수 "SM엔터 이제 가져오라"… 국면마다 적극적으로 의견 내며 지시 정황


공소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건 지난해 1월 30일 투심위 회의에서입니다.

당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카카오 측이 5,907억 원을 동원해 SM 주식 26.5%를 인수하여 지난해 8월쯤 기업결합 승인을 완료하는 계획을 회의에 상정했습니다.

김기홍 전 CFO는 SM 인수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했지만 김 위원장은 “카카오엔터 입장에서 SM 경영권 인수가 좋은 기회”라며 “보안을 잘 유지해 SM 주가가 오르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라고 지시했습니다.

배 전 대표는 이 계획이 원만이 이뤄지지 않자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와 반목하던 SM 기존 경영진과 결탁해 표면적으로는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한다는 명목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등을 취득하는 방식을 구상합니다.

배 전 대표는 이 계획을 지난해 2월 6일쯤 김 위원장에게 보고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 프로듀서가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자 배 전 대표는 계획을 변경해 4,200억 원의 카카오 자금을 이용해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는 방안을 지난해 2월 10일 투심위 회의에 상정합니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 측이 SM 경영권 인수 경쟁의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SM 경영권을 인수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며 SM 인수 의사를 거듭 개진했습니다.

SM 공개 매수를 선언한 하이브는 하이브와 SM 음반원 유통권을 카카오에게 부여하기로 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2월 14일 서울 강남 소재 식당에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하이브가 SM을 인수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공식 답변을 회피한 채 SM을 카카오 측의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 수용하기 어려운 합의 조건을 제시하며 방시혁 의장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방 의장을 만난 이튿날인 지난해 2월 15일 투심위 회의에서 “SM을 평화적으로 이제 가져오라”고 말하며 SM 인수를 재차 지시합니다.

배 전 대표는 이에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를 이용해 카카오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1,028억 원 상당의 SM 주식을 매집해 주당 13만 100원으로 상승시켰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28일 장 초반 SM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하락해 급박해지자 당일 온라인으로 열린 투심위 회의에서 카카오 자금을 이용한 SM 주식 매집도 최종 승인했습니다.

■ "시세조종으로 발각되지 않도록 시세대로 받쳐가면서 사라"… 'SSS팀' 동원 여론 조작 시도 의혹도


검찰 공소장엔 카카오 임원들이 시세조종인줄 알면서도 실행한 정황이 담겼습니다.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체적인 계획을 짰고,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력부문장이 실무를 맡았습니다.

지난해 2월 27일 오후 2시 반쯤 SM 주식이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 이하로 급락하자, 배 전 대표는 이 전 부문장에게 "주가가 빠지고 있으니까 지 회장에게 연락해서 빨리 SM 주식을 더 사달라고 얘기 좀 해달라, 12만 원 이상 주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 전 대표의 요청을 받은 이 전 부문장은 원아시아 측에 "빨리 SM 주식을 매입해 주가를 12만 원 이상으로 유지해달라"고 요청해 총 15회에 걸쳐 실행됐습니다.

그럼에도 주가가 잘 오르지 않자, SM 공개매수 마지막 날엔 더 노골적으로 주가 부양을 시도했습니다.

이 전 부문장은 증권사 직원에게 "시세조종으로 발각되지 않도록 시세대로 받쳐가면서 사라", "종가가 제일 중요하니 마지막에 남아있는 돈을 쏟아부어라", "가격을 올려도 상관 없는데 시세조종 이슈만 안 걸리면 되니 호가 나오는 것을 소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러한 시세조종성 매집으로 SM 주가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인 주당 12만 원보다 높아졌고, SM은 결국 하이브 대신 카카오가 인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는 SM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한 여론전까지 펼쳤는데, 강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이 언론 작업을 담당했습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직원으로 구성된 'SSS팀'이라는 특별팀을 동원해 언론에 'SM 인수 참여 의사를 알리는 입장문을 배포하는 등 여론 조작 시도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한편 주가부양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한 이 전 부문장의 이름은 검찰 공소사실에 14차례 명시됐지만, 이례적으로 검찰은 이 전 부문장을 기소유예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전 부문장이 지난 1월부터 실행된 '리니언시' 이른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이용해 기소를 피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카카오 측은 관련 내용에 대해 KBS에 "재판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 "카카오 측, 553차례 범행"…김범수 첫 재판, 다음 달 11일 열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지난 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 등을 구속기소 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홍 전 카카오 대표, 김 전 카카오엔터 대표 등 임원진을 재판에 넘김으로써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온 검찰의 SM엔터 인수 관련 수사는 일단락될 전망입니다.

다만 검찰은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카카오엔터의 드라마제작사 고가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도 살피고 있어 그룹 전반에 대한 수사는 확대될 여지가 있습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11일 처음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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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윤 기자 (cyworld@kbs.co.kr)

이유민 기자 (to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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