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서 빼달라” 中 대표 반도체 장비 회사 美국방부 상대 소송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8. 1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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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장비 회사 중웨이가 16일 미국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의 공지를 자사 공식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 게시했다./중웨이

중국 대표 반도체 장비회사 AMEC(중웨이)가 자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미 국방부를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AMEC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 등의 경쟁사로,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깎는 5나노 식각장비를 개발한 곳이다. 지난 1월 31일, 중국군(軍)에 도움을 주는 중국 기업 명단인 ‘중국 군사기업(CMC) 리스트’에 포함됐다.

중국 반도체 전문 매체 신위 등에 따르면, AMEC는 16일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CMC)’ 리스트에서 자사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냈다고 자사 공식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서 밝혔다. AMEC는 “군사 관련 활동에 관여한 적이 없는데도 미 국방부가 명단에 넣어 회사 사업과 평판에 악영향을 끼쳤다”면서 “미 국방부에 (블랙리스트 등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증명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인즈야오 중웨이 최고경영자(CEO)는 “미 국방부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고 근거가 없다”면서 “(미국) 법원이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AMEC는 지난 2021년 1월에도 미 국방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 당시에는 소명을 거쳐 같은 해 6월 명단에서 이름이 제외됐다.

중국 기술기업이 미국 블랙리스트 등재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자율주행차 핵심 장비인 라이다의 센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허사이도 CMC 리스트에 포함됐지만, 올해 5월 소송 제기 후 명단에서 빠졌다.

미국은 ‘국방수권법(NDAA·국방예산법)’을 근거로 중국군에 도움을 주는 중국 군사기업 명단을 매년 추가해 공개한다. 현재 이 명단에는 AMEC 외에도 중국 대표 IT회사인 화웨이,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 등이 들어가 있다. 신위에 따르면, 미 국방부의 각종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중국 기업은 총 73곳이다.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은 평판에 타격을 입고 미국에서 투자를 받는 데 제한을 받는다.

미국은 국가 주도로 발전하는 중국의 첨단 기술 산업을 겨냥해 각종 견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거대 반도체 펀드 등을 동원해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실제로 중국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는 최첨단인 극자외선(EUV)을 제외한 세정·식각 등 전(全)분야에서 자체 조달이 가능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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