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훈부, 독립기념관 '관동대학살 100주기 행사' 취소 압박
독립기념관은 지난해 일본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를 맞아 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개최일 한 달 전에 돌연 취소됐습니다. 당시 독립기념관 관계자들은 보훈부의 재검토 요청이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보훈부는 관동대학살 전시가 독립기념관의 사업 본질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저희 JTBC에 전해왔습니다.
먼저 김안수 기자의 단독보도 보시고 스튜디오에서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지난해 2월 독립기념관이 낸 입찰공고입니다.
'관동대지진과 관동대학살'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 예정이라고 써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두 달 동안 예정됐고, "관동대학살 100주기를 맞아 일본제국주의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살펴본다"는 전시회 취지도 적혀 있습니다.
전시를 두 달 앞두고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 이벤트도 열었습니다.
그런데 전시 한 달 전인 지난해 8월 국가보훈부가 독립기념관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사전 협의를 해달라고 했는데 그러지 않아 지장이 있으니 앞으로 협의를 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관동대학살 전시회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기념관 관계자들은 사실상 해당 전시회를 거론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독립기념관 당시 고위관계자는 "실무진으로부터 '보훈부가 대일관계를 이유로 100주기 전시회를 취소했으면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전시물까지 다 설치해뒀지만 결국 취소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전시회 취소 의견을 낸 건 보훈부 출신인 또 다른 독립기념관 고위간부였습니다.
해당 간부는 JTBC에 "관동대지진보다는 독립운동을 주제로 전시하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느냐는 당시 보훈부 담당국장의 사업 재검토 의견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전시회는 취소됐습니다.
보훈부는 관동대지진 전시회는 독립기념관 사업 본질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본연의 전시 사업을 하도록 안내했다며 공문은 해당 전시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민식 당시 보훈부장관은 해당 전시와 관련된 지시를 내린 적이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앵커]
이 사안 취재한 김안수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보훈부는 해당 전시회를 지칭한게 아니다 이렇게 해명했는데 공문에는 정확하게 어떤 내용이 있는거죠?
[기자]
네, 당시 보훈부가 전시회를 한 달여 앞두고 독립기념관에 보낸 공문을 보면요.
'주요 전시는 사전에 공유해달라고 안내했다. 그런데 협의 없이 주요사업을 진행해 보훈부의 지도 감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그러니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앞으론 사전 협의를 철저히 해달라'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보훈부는 이에 대해서 해당 전시회를 직접 지칭한게 아니다, 이렇게 해명을 했습니다.
[앵커]
시기도 중요할텐데, 언제인가요?
[기자]
이 공문이 내려온게 관동대지진 100주기 전시회 한 달 전입니다.
보훈부 해명처럼 공문 자체에는 해당 전시회를 딱 짚지는 않았는데요.
기념관 관계자들은 사실상 이걸 짚은게 아니냐 이런 반응들이었습니다.
[앵커]
당시 기념관측 관계자들, 조금 더 취재된 내용이 있나요?
[기자]
고위직을 포함해 전현직 관계자 7명을 직접 접촉했는데요.
3명은 취소된 이유를 말하기 어렵다고만 했습니다.
나머지 4명은 한·일관계 악화가 우려된다는 보훈부의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했다고요. 당시 어떤 현안이 있던 시기인가요?
[기자]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옮기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지난해 8월입니다.
당시 외교적으로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한중일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이런 대외 외교 움직임이 관동대학살 관련 전시 취소에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보훈부는 관동 조선인 대학살이 독립기념관 사업 본질에 맞지 않는단 취지로 설명하기도 했는데, 이건 어떤가요?
[기자]
독립기념관은 독립운동뿐 아니라 일제의 식민지배 실상을 전시하고 연구하는 기관입니다.
일본 본토에서 벌어진 일제의 만행인 관동대지진이 독립기념관과 무관한 주제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영상디자인 강아람 이정회 / 영상자막 김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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